印尼 ‘AI바이러스’로 돈벌이 논란

  • 입력 2007년 2월 9일 03시 00분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는 인류의 건강을 위해 공유해야 한다.”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바이러스는 우리가 가져야 한다.”

인도네시아가 자국민 63명의 목숨을 앗아간 AI 바이러스 샘플 공유를 중단하고 제약회사에 판매하기로 함에 따라 바이러스가 지식재산권 대상인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바이러스가 발견된 다른 나라들이 인도네시아의 선례를 따를 경우 전 세계의 백신 개발과 공급 체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7일 파이낸셜타임스와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날 자국에서 발견된 H5N1형 AI 바이러스 샘플을 미국의 제약회사 백스터에 독점적으로 판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백스터가 개발하게 될 백신의 소유 및 제조 판매권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갖게 된다. 이에 앞서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세계보건기구(WHO)에 바이러스 샘플 무상 공급을 중단했다. WHO는 전 세계 정부로부터 바이러스 샘플을 공급받아 민간 제약회사에 무상으로 제공해 왔다.

인도네시아 국립 건강조사연구소 트리오노 소엔도로 사무국장은 “바이러스에 관한 지식재산권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시티 파디라 수파리 보건부 장관도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바이러스 샘플을 다른 사람이 이용하고 특허권을 갖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앞으로 바이러스를 무상으로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은 제약회사들에 바이러스를 무료로 제공하고도 나중에 백신이 개발되면 비싼 값에 사들여야 하는 관행이 불합리하다는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러나 WHO 데이비드 헤이먼 전염성 질환 사무차장은 “인체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에 특허권을 인정할 경우 세계적인 정보 공유와 협력 체제가 무너져 대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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