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도쿄]“환락가 간판 흑백으로 바꿔라”

  • 입력 2007년 2월 5일 20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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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東京)의 이름난 환락가 가운데 한 곳인 도시마(豊島)구 히가시 이케부쿠로(東池袋).

이곳에 자리 잡은 10여개의 무료안내소들은 행인들을 유흥업소로 연결해주는 '불야성의 관문'으로 통한다. 눈에 띄는 것은 무료안내소들의 간판이 이곳 분위기와 전혀 걸맞지 않은 흑백이라는 점.

일본에서 유흥업소 난립을 막고 도시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간판과 옥외광고물을 규제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히가시 이케부쿠로도 지난해 중반까지는 일본의 여느 환락가처럼 형형색색의 요란한 간판과 반라의 여성 사진으로 장식돼 있었다. 확성기로 귀청이 터질 듯한 음악을 틀어놓는 일도 예사였다.

그러나 지난해 2월 오사카(大阪)부에 이어 6월 도쿄도가 유흥업소 무료안내소의 규제에 나서면서 사정이 바뀌기 시작했다.

도쿄도는 호스티스의 사진을 내거는 행위나 소음만 규제했지만 도시마구 측은 한술 더 떠 '세로 70cm, 가로 1m, 색깔은 흑백'이라는 간판 규제를 추가로 시행했다.

아사히신문은 이 같은 규제가 적지 않은 효과를 낸다고 전했다.

이케부쿠로에서 무료안내소를 운영하는 한 남성(43)은 "손님들이 이곳에 들르지 않고 그냥 지나치기 때문에 매출이 30%가량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무료안내소들은 얼마나 많은 행인을 연결해줬느냐의 실적에 따라 유흥업소로부터 소개료를 받는다.

이 남성은 "눈에 띄게 하지 말라는 주민감정은 이해가 되지만 가게 안도 밖도 너무 수수해서 '방과 후 교실' 같다"고 한탄했다.

과거 일본의 오랜 수도로 전통이 살아 있는 교토(京都)시는 유흥업소뿐 아니라 시 중심부 전체의 돌출간판과 옥상광고, 점멸식 네온사인을 전면 금지하는 조례개정안을 지난달 말 시의회에 제출했다.

교토시는 또 기요미즈테라(淸水寺) 등 시내 14곳의 세계문화유산 주변지역에서 건물의 고도제한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 같은 방침에 교토시의 부동산과 광고업자들은 "졸속행정"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시 측은 "지금 엄격한 규제를 하지 않으면 고도(古都)의 뛰어난 경관을 미래에는 볼 수 없게 된다"며 조례안이 이달 시의회에서 통과되는 대로 강행할 태세다.

도쿄=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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