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쓰레기 중국 침공…중국인들 분노

  • 입력 2007년 1월 24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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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펼쳐진 쓰레기 더미 위에서 1만 5000명의 중국인들이 느릿느릿 분리수거를 하고 있다. 도처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검은 연기가 쉼 없이 뿜어 나오고, 썩어가는 강물에는 갖가지 쓰레기들이 둥둥 떠다닌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가 지난 주 방영한 광둥(廣東) 성 포산(佛山) 시 롄자오(聯滘) 촌의 풍경이다. 이 촌에는 400여 개의 쓰레기 회수 업체가 있는데 90%는 무허가다. 인근 6개 촌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포산 시에서는 한해 20만t의 영국 쓰레기를 처리한다.

프로그램 방영 후 중국인들은 분노했다. 더욱이 광둥 성은 19세기 중반 영국이 아편전쟁을 일으켜 중국을 침략했던 곳이다.

중국 센다이콰이(現代快)보는 22일 ‘영국의 190만t 쓰레기함대 중국 침공’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영국 쓰레기의 중국 반입 실태를 폭로했다.

영국 정부의 최신 보고서를 인용한 이 기사는 영국에서 중국으로 유입되는 쓰레기 양이 토니 블레어 총리가 취임한 1997년에 1만2000t에서 2005년 158배인 190만t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중국의 영국으로의 수출액은 한해 160억 파운드(약 3조 원)에 이르며, 이 대가가 상품을 싣고 간 배에 실려 반입되는 190만t의 쓰레기”라고 비난했다.

문제는 쓰레기의 중국 유입이 비단 영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는데 있다. TV 컴퓨터 등 전 세계 전자쓰레기의 70%가 중국에 버려지고 있다고 이 신문은 주장했다.

막대한 쓰레기 처리비용을 절약하려는 선진국들과 폐품 재활용으로 돈을 벌려는 중국 상인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나타난 현상이다.

최근 중국 내 부호서열 5위이자 여성부호 1위로 선정된 지우롱(玖龍)제지의 장인(張茵) 회장도 유럽과 미국에서 폐지를 수입해 10년 만에 15억 달러를 벌었다.

중국이 환경오염으로 해마다 입는 경제 손실은 국내총생산의 3%에 이른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올해 신년사에서 환경 문제 해결을 주요 의제로 거론한 것도 그 때문이다.

자체 환경오염에 외국산 쓰레기까지 밀려들어 오면서 중국인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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