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보다 해법” 경제학의 변신

  • 입력 2007년 1월 12일 03시 00분


‘상아탑에 갇힌 경제학을 거부한다.’

현실 문제 해결의 도구로 경제학을 활용하고 경제학과 다른 학문의 연관성을 탐구하는 젊은 학자들이 늘고 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는 10일 미국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현실 참여적 경제 이슈를 연구하는 소장 학자들이 늘고 있다며 이를 ‘경제학 혁명(economics revolution)’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미국을 놀라게 한 캘리포니아 주의 건강보험제도 개선안은 조너선 그루버(41)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교수의 작품이다. 캐나다 의료정책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그루버 교수는 연방정부, 주정부, 고용주, 병원, 보험회사에 의료 재원을 균등하게 부담시키면 전 주민 건강보험 가입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빈곤과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의 상관관계를 밝혀낸 에밀리 오스터 시카고대 경제학 교수도 경제학 혁명을 이끄는 선두주자. 올해 26세인 오스터 교수는 아프리카가 다른 지역보다 에이즈 감염률이 높은 이유가 성적 문란이 아니라 빈곤이라는 점을 밝혀내며 선진국의 에이즈 지원정책이 빈곤퇴치 노력과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연구는 에이즈 문제가 전염병 학자나 공중보건 전문가의 고유 영역이라는 통념을 깨뜨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과거 ‘지적 제국주의자라는 별명에 걸맞게 복잡한 통계결과 분석과 인과관계 증명에 매달렸던 경제학자들이 연구실을 박차고 나와 현실적인 문제를 파고들기 시작한 것은 컴퓨터를 통한 방대한 자료 분석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경제학 혁명이 좀 더 넓게 퍼져 나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 문제점이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직 경제학계에서는 현실 문제 해결 능력보다는 복잡한 이론 증명 능력이 더 대접받고 있으며, 현실 문제에 관심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정책 참여는 주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현실 접목적 연구를 하는 미국의 소장 경제학자 사례
학자소속 대학연구 분야
라즈 체티버클리실업수당과 세액공제의 관계
스테파노 델라비그나버클리폭력영화 개봉 주말의 범죄 감소
에이미 핀클스타인MIT의료보험이 의료지출 증가에 미치는 영향
롤랜드 프라이어하버드인종 간 불평등의 원인
사비어 가베MIT최고경영자(CEO) 보수의 근거
매튜 겐츠코시카고신문이 독자의 정치적 시각에 미치는 영향
딘 칼란예일빈국의 마이크로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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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라이크 맬멘디어버클리CEO에서 e베이 고객에 이르는 모든 사람의
비이성적 행동
벤자민 올큰하버드인도네시아의 부패
에밀리 오스터시카고개발도상국의 보건
제시 로스스타인프린스턴학교선택제도가 성취하지 못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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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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