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9·11 노이로제’…사소한 사고에도 과민반응

  • 입력 2007년 1월 9일 19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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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게 무슨 냄새야?"

8일 오전8시반경 뉴욕 맨해튼. 출근길을 서두르던 뉴요커들은 코를 찌르는 악취에 고개를 흔들었다. 가스가 노출될 때 나는 냄새와 비슷했다. 유황 냄새도 섞여있었다.

악취는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았다. 맨해튼은 물론 맨해튼과 인접한 뉴저지 주(州) 북동부 지역에서도 났다.

그러자 뉴요커들의 머릿속에서는 차츰 두려움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혹시 테러리스트가 뉴욕을 상대로 화학무기 테러를 감행했다면…."

오전 9시부터 소방서에 신고전화가 쇄도했다. 이날 오전 9~11시 평소보다 4500여 통이 더 많은 신고전화가 접수됐다.

뉴욕 뉴저지 항만 당국은 경계 차원에서 맨해튼과 뉴저지를 오가는 통근 전철인 패스(PATH)의 운행을 일부 중지시켰다. 맨해튼 일부 학교는 학생들을 대피시켰다. 일부 빌딩은 악취가 빌딩 안에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환풍기 가동을 중단했으며, 입주자들을 긴급 대피시켰다. CNN은 악취소동을 생중계로 속속 전했다.

그렇다면 악취의 정체는? 뉴욕시 당국은 원인 규명에 나섰지만 아직 정확한 이유를 밝혀내지 못했다. 테러로 의심되는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뉴저지 주에 화학 및 석유시설이 많은 탓에 뉴저지 주에서 흘러나온 가스가 바람을 타고 맨해튼으로 날아왔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뉴욕 공기가 호흡하기에 안전하지 않다는 징후는 없다"며 시민들의 불안을 잠재우려고 했다.

뉴요커들이 이처럼 '사소한 사고'에도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은 9·11 테러의 악몽 때문. 지난해 10월 경비행기가 맨해튼의 한 건물에 충돌했을 때에도 도시 전체가 비상이 걸렸다. 뉴욕시 지하철에서는 요즘도 "수상한 사람이나 물건을 보면 신고해 달라"는 안내방송이 수시로 나온다.

9·11 테러가 발생한지 약 5년 반. 그렇지만 뉴요커들의 뇌리 속에서 9·11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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