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기독교國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이슬람군벌 공격

  • 입력 2006년 12월 26일 02시 57분


에티오피아가 성탄절인 25일 이슬람군벌(UIC)이 장악한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국제공항을 공습하는 한편 소말리아에 지상군을 투입한 상태라고 뉴욕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목격자들은 이날 에티오피아 전투기 한 대가 공항 활주로를 폭격해 한 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소말리아 과도정부(TFG) 알리 모하메드 게디 총리는 이날을 기해 소말리아 영공과 영해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멜레스 제나위 에티오피아 총리는 24일 전국에 생중계된 TV와 라디오 연설을 통해 소말리아 UIC와 전쟁 중이라고 발표했다. 소말리아 내전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고 처음 인정한 것이다.

에티오피아는 약체인 소말리아 과도정부를 도와 7월부터 병력을 파견했지만 군사고문단일 뿐이라며 그동안 직접적인 전투 참여를 부인해 왔다. 지난 몇 달간 UIC는 과도정부를 지원한다는 이유로 에티오피아를 위협해 왔다.

22일 여러 차례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뒤 UIC 지도부는 “기독교 국가인 에티오피아와의 성전(聖戰)에 동참하기를 원하는 이슬람 전사들에게 소말리아는 열려 있다”고 발표했다. 소말리아 내전이 기독교와 이슬람 간의 종교전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에티오피아는 소말리아에 과격 이슬람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매우 우려한다. 에티오피아는 1977년 영토 확장에 나선 소말리아로부터 침공당한 적이 있다. 6월 모가디슈를 장악하고 남부지역 대부분을 점령한 UIC는 근본주의적 이슬람교에 따른 신정정치를 내세운다.

UIC와 알 카에다의 연계 등 테러조직과의 연관성도 에티오피아 정부는 걱정한다. 소말리아는 아프리카에서 알 카에다 등 테러조직들의 최대 근거지로 지목돼 왔으며 세계적인 대테러전쟁을 수행하는 미국은 에티오피아를 지원해 대리전 성격도 띠고 있다.

한편 23일에는 이다알레, 반디라들레이 등 최소 3곳이 폭격당했다. 또 벨레드웨이네에서는 에티오피아 전투기가 UIC 소속 무장트럭을 맹폭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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