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6년 12월 13일 18시 0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보통 사람으로서는 '0'을 몇 개 써야 하는지 헷갈리게 하는 숫자다. 참고로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7875억 달러.
그런데 매일 1조 달러 거래가 이뤄지는 곳이 있다. 뉴욕 맨해튼에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코네티컷 주 스탬포드에 있는 투자은행 UBS의 트레이딩 룸이다.
12일 이곳을 방문했을 때 기자를 압도했던 것은 크기였다. 축구장 2개, 테니스장 26개 넓이와 맞먹는 이곳에서는 모두 1700명의 트레이더들이 전화기를 잡고 모니터를 응시한 채 팽팽한 긴장 속에 일하고 있었다.
개인당 평균 3개 모니터를 쓰기 때문에 이들이 사용하는 모니터는 5000대, PC는 2000대에 이른다. 전구는 3600개.
PC와 사람이 뿜어내는 열 때문에 겨울에도 난방을 하지 않는다고 안내를 맡은 베니 모레리 씨가 설명했다. 그는 "PC에서 나오는 열이 워낙 많기 때문에 난방을 하면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어 웬만한 강추위가 아니면 난방을 켜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식, 채권, 외환, 파생상품 등을 거래하는 트레이더들을 한 공간에 모아놓은 것은 시너지효과를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에너지기업인 엔론이 문을 닫은 이후 그곳의 에너지 트레이더 150명도 이곳으로 회사를 옮겨 에너지 거래를 해오고 있다.
트레이딩 룸은 겉으로 보기에는 조용했다. 그러나 이들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고 전 세계를 상대로 '보이지 않는 수익률 전쟁'을 매일 한다.
클릭 한 번으로 수천만 달러가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이들은 조금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기자가 찾은 시간은 점심시간. 그러나 자리를 비운 사람은 거의 눈에 띠지 않았다. 회사가 제공한 음식코너에서 샌드위치를 집어 먹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UBS는 직원들의 시간 절약을 위해 아예 구두 닦는 사람을 상주시키고 위치도 트레이딩 룸 중간에 마련해 일을 하도록 했다.
평균 나이 30세 안팎인 트레이더의 출근 시간은 대개 오전 6시반. 일찍 나와 시장상황을 미리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갓 입사한 직원의 평균 연봉은 10만~15만 달러(약 9500만원~1억4150만원). 이후 연봉은 철저히 실적에 따른다. 몇 년 후 50만 달러가 될 수도, 100만 달러가 될 수도 있다.
트레이딩 룸을 떠나는 순간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미국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이처럼 치열한 경쟁과 철저한 실적주의의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탬포드=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