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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1월 3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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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삼엄한 경비 속에서 앙카라 공항에 첫발을 디딘 교황은 이날 일정 내내 종교의 자유와 상호 이해를 역설했다. 9월 이슬람을 폭력적인 종교로 묘사한 발언을 인용하는 바람에 이슬람권의 거센 비난을 받았던 것을 의식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교황은 취임 전인 2004년 “터키는 유럽에 끼어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 터키인들에게서 큰 반발을 산 바 있다.
교황은 이슬람 성직자인 알리 바르다콜루 종교부 수장과 만난 자리에서 “기독교인과 무슬림이 진정한 대화를 통해 차이점을 존중하고 공통점을 깨닫는 게 최선의 길”이라고 말했다. 교황의 화해 제스처는 앞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부터 시작됐다. 에르도안 총리는 교황을 만난 뒤 “교황이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지지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꿨다”고 전했다.
언론들도 교황의 태도 변화를 크게 반겼다. 29일 조간 쿰후리예트는 ‘교황의 깜짝 선물’이란 제목으로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28일 오후 공항에서 앙카라 시내에 이르는 도로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보다 많은 3000여 명의 경찰이 동원됐다. 터키 경찰은 건물 옥상에 저격 요원들을 배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은 교황의 방문을 반대하는 소규모 시위가 몇 건 열렸을 뿐 큰 불상사는 없었다.
앙카라 일정을 마친 교황은 29일 성모 마리아가 생애의 마지막을 보낸 곳으로 알려진 에페수스를 방문한 뒤 이스탄불로 옮겨 그리스정교회 총대주교를 만났다. 교황의 이번 방문은 이슬람과의 화해뿐 아니라 그리스정교회와의 갈등 완화에도 목적을 두고 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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