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했던 미국 - 러시아 전략적파트너십 되찾나

  • 입력 2006년 11월 14일 02시 59분


코멘트
이라크전쟁 이후 악화된 미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가 복원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주 러시아의 숙원 과제인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동의 의사를 밝혔다. 러시아 언론은 “미국과 러시아가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친밀해지고 있다”며 반가움을 나타냈다.

▽파트너 관계 복원=미-러 관계는 2001년 이라크전쟁 이후 올해 9월까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이는 오일머니 유입으로 정치적 경제적 안정을 되찾은 러시아가 미국의 독주에 ‘견제구’를 던지던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 러시아 언론의 분석이다.

러시아 관리들은 올해 8월 미국이 WTO 가입 협상을 보류한 채 러시아 전투기인 수호이 판매 회사를 제재하자 “전략적 관계를 청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방 정보 기관장들을 불러 모아 “파트너를 무시하는 상대를 조심해야 한다”며 미국의 대외 정책을 비난했다.

미국도 러시아의 민주주의와 비정부기구(NGO) 통제를 수시로 거론하며 강경 정책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1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자리에서 러시아의 급소인 언론자유 문제를 꺼내기도 했다.

이 같은 양국의 태도는 미국 중간선거를 전후해 바뀌고 있다. 이달 초 양국은 그동안 무기한 연기돼 온 합동훈련 ‘토르가우’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피터 페이스 미 합참의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한 지난달 30일엔 “부시 행정부가 러시아의 동의 없이는 국제안보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는 말이 외교가에서 나왔다.

이런 가운데 열리는 양국 정상 회담은 전략적 파트너십 복원의 청신호가 될 전망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5일 모스크바 공항에 내려 푸틴 대통령과 실무 정상회담을 한다. 이 회담은 푸틴 대통령의 제안으로 부시 대통령이 수락했다.

▽현안 협상 급진전 가능성=전략적 파트너 관계가 복원되면 양국의 국제 안보 협상이 급진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양측이 준비하고 있는 협상 카드에도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의 WTO 가입을 위한 양자 협정에 서명한 만큼 러시아도 ‘선물’ 보따리를 꾸리고 있다는 것이 외교가의 관측이다. 러시아가 보여 줄 수 있는 카드로는 이란 핵 문제, 6자회담, 러시아 북부 바렌츠 해 가스 채굴 사업 등이 꼽힌다.

이란 핵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집착은 유별나다. 이란에 2조 원 이상의 원자력발전소 설비를 제공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이란 핵 문제에는 외교적 해결을 고집하는 대신 북한 제재와 6자회담에서는 미국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러시아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