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환영하는 중동권 국가들

  • 입력 2006년 11월 9일 19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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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울린 7일 중간선거 결과를 놓고 각국은 국내정치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저울질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미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일본과 영국, 이스라엘은 부시 행정부의 레임덕이 가져올 부정적인 파장에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중동권을 비롯해 반미 성향의 남미 국가들은 환영하는 목소리를 나타내 둘로 나뉜 국제사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우려의 빛 보이는 일본=교도통신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퇴진으로 오키나와(沖繩)의 후텐마(普天間) 비행장 조기이전 문제가 난관에 봉착할 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보수적 논조의 신문들은 북한 핵문제에 미국의 대응이 느슨해질까 우려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9일자 사설에서 "미국이 북한에 관심을 소홀히 하면 북한이 핵개발을 한층 더 추진할 우려가 있다"고 논평했다. 미국이 민주당 주도의 의회를 중심으로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와 군대위안부 등 일본의 왜곡된 역사인식 문제에 높은 관심을 기울이면서 압박을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도 있다.

▽기대 반(半) 걱정 반=중국은 북핵과 이라크 문제에서는 큰 차이가 없겠지만 경제 문제에서는 갈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군의 이라크 철군 요구 및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하는 민주당의 태도는 외형상 중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제문제에 관한 한 미국과 보조를 맞출 폭이 커진 것.

그러나 민주당이 강력한 보호주의 무역정책 노선을 갖고 있다는 점이 저가상품 무차별 수출로 '세계 경영'을 꿈꾸는 중국을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하고 있다. 장궈칭(張國慶)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연구원은 "중소기업과 노동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민주당의 성향이 중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관계 악화 우려하는 러시아=경제에 매진하며 외교문제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춰오던 러시아도 걱정이 늘었다. 러시아는 민주당이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추진에 제동을 걸지 않을까 우려한다. 민주당 의원들이 러시아의 민주화를 거론하며 선진8개국(G8)에서 러시아를 배제하고, WTO 가입 조건도 까다롭게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

군사 분야에서의 협력도 걱정거리. 이반 사프란추크 러시아 군사정보센터 소장은 9일 "민주당의 득세로 중단거리 미사일 폐기협정 이행과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Ⅰ)후속 협상에서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영하는 중동 및 기타 국가들=중동권에서는 부시 대통령의 패배가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 주류. 잘못된 이라크전쟁과 대(對) 중동 외교정책이 선거 참패로 귀결됐다는 분석이다. 이집트의 한 정치 분석가는 "부시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되면 부시 행정부와 거리를 두려는 친미 아랍권 국가들의 이탈 움직임이 노골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미의 반미(反美) 기수를 자처하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선거 패배로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경질된 것을 환영하면서 부시 대통령도 사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이스라엘은 민주당의 승리로 부시 대통령이 이란의 핵 개발을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국에 동조해 이라크에 군대를 파병한 유럽 국가들이 조기 철수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도쿄=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

모스크바=정위용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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