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의 위기모면용 외교발언… 美도 등돌려

  • 입력 2006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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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대만의 독립을 공개적으로 외치고 중국이 이에 불용(不容) 의지를 강력히 천명하면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사이에 또다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천 총통의 이번 독립 행보는 대만의 암묵적 후원자인 미국마저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데다 대만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아 ‘정국 돌파용’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중국은 천 총통이 ‘독립 카드’를 강행할 수도 있다고 보고 사태를 주시 중이다.

▽“대만은 독립 국가”, 중국 “불용”=천 총통은 28일 타이베이(臺北)에서 열린 집권 민진당 창당 20주년 경축식에서 “대만과 중국은 완전히 서로 다른 2개의 국가”라며 공공연하게 대만 독립을 천명했다.

그는 “우리(대만)는 2300만 명의 인구와 3만6000km²의 국토를 가진 나라”라며 “이 땅(대만)에서 생활하는 인민은 모두 피와 살을 나눈 동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진당의 3대 임무는 몸에 맞고 사용하기 적합한 ‘신헌법’을 만들고, 대만의 이름으로 유엔에 가입하며, 야당인 국민당이 부정 축재한 재산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라며 독립 의지가 담긴 헌법을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했다.

민진당 중앙상무위원회는 이미 헌법 초안 작성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자칭린(賈慶林)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위원회(전국정협) 주석은 이날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57주년 기념식에서 “우리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견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 주석은 “대만 독립 등 분열책동에는 타협의 여지가 전혀 없다”며 “조기에 조국의 평화통일 대업을 이뤄 나가자”고 말해 천 총통의 독립 행보를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리웨이이(李維一)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27일 “대만의 헌법 개정 동향에 고도의 경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좌시할 수 없는 금지선’이 헌법의 발의인지, 국민투표를 통한 헌법 통과 시점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천 총통 독립 행보 곳곳서 반대=우선 그동안 암묵적인 지지자였던 미국부터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천 총통이 24일 민진당이 주최한 ‘개헌 토론회’에서 헌법 개정을 통한 독립의지를 밝히자 미국의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은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으며 양안 관계의 현 상황을 바꾸려는 일방적인 조치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환추(環球)시보는 27일 천 총통의 독립 주장에 대한 미국의 반응을 전하면서 “천 총통이 미국에 호되게 얻어맞았다”고 평가했다. 중국 신화(新華)통신도 29일 천 총통의 독립 주장이 민진당 내부의 신세대들에게서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천 총통의 개헌 주장은 대만 내부에서도 난국을 벗어나기 위한 문제 제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친인척 비리가 불거지면서 지지율이 사상 최저인 10%대로 떨어진 데다 최근엔 천 총통 하야 요구 시위가 21일째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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