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손님70명…어린여자 보내줘”…FBI 업소주인 감청기록

  • 입력 2006년 9월 25일 02시 59분


“가슴이 큰 여자가 필요해” “한국에서 목욕탕(증기탕)에 근무했던 아가씨 2명을 구했어. 곧 보내 줄게”….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이민세관국(ICE)의 한국인 성매매 사범 수사기록은 미국 내 일부 한국인 업주와 중간거래책들의 영업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FBI와 ICE가 이번에 ‘오퍼레이션 콜드 컴포트’라는 이름의 대규모 공조 수사에 착수한 것은 지난해 5월. 뉴욕 시 인근 한인 업주가 경찰에 뇌물을 준 혐의를 포착하고 내사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올해 들어 동부 전 지역으로 수사망을 확대했다. 특히 두 기관은 2월부터 6월 사이에 법원 영장을 발부받아 한인 수십 명의 전화통화 수천 건을 감청했다.

감청 기록은 이들 성매매 업소가 누리고 있는 ‘호황’을 보여 준다. “주말엔 손님이 70명이야. 현재 아가씨가 6명인데 8명은 돼야 해.”(코네티컷 주의 한 업주) “여기는 고정 고객이 주말이면 50∼60명이야. 그런데 여자애들이 다 늙었어. 나이 어린 여자들 좀 보내 줘.”(뉴욕 인근 한 업주)

업주들은 중간운반책에게 수시로 전화해 체형, 나이, 가슴 크기 등 마치 물건을 고르듯 구체적인 주문을 달았다. “체구가 작은 여자가 필요해.” “지금 데리고 있는 아가씨가 유방확대 수술 받은 게 문제가 생겼어. 급히 2, 3주만 쓸 수 있게 다른 여자들을 구해 줘.”

일부 업주는 특정장소에 봉투를 떨어뜨려 놓는 방식으로 중간운반책 사례비를 전달하는 등 스파이처럼 비밀 접선방식을 사용하기도 했으며, 경찰 단속 정보를 공유하는 대화 내용도 있다. “경찰이 뒤를 봐 주고 있어 괜찮다”는 발언도 녹취돼 있다.

미 수사당국의 수사도 치밀했다. 중간운반책이 워싱턴의 한 스파로 아가씨를 데리고 가겠다는 통화가 감청되자 수사요원들은 고속도로 톨게이트의 카메라 촬영 내용을 확인해 실제로 이 운반책이 워싱턴에 들어왔음을 입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수사를 토대로 8월 15일 중무장한 경찰 1000명이 워싱턴 뉴욕 등 동부 대도시 주변 한인 업소들을 일시에 급습했다. 총 19곳이 적발돼 업주 및 매니저 32명과 운전사 5명, 자금송금 담당 4명 등 총 41명이 기소됐다. 70명가량의 여성이 성매매 관련 혐의로 연행됐으나 FBI와 ICE의 수사 초점이 인신매매에 맞춰져 있어 이 중 상당수는 풀려나거나 추방됐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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