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중국통’인 폴슨 장관은 중국과의 장기적인 관계와 이익을 중시하는 대표적 온건파. 환율을 절상하지 않으면 즉각 보복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찰스 슈머 상원의원 등 강경파와는 다르다.
나흘 동안의 방중 기간에 그의 말은 부드러웠지만 효과는 오히려 컸다. 위안화는 사상 최고로 평가절상됐다. 또 중국과 장관급 고위전략대화 창구를 마련했다. 무역 불균형 해소와 지식재산권 보호, 중국 금융시장 개방, 위안화 평가절상 등 해묵은 난제를 해결할 채널을 확보한 것.
최종 평가는 아니지만 일단은 강풍을 날려 외투를 벗기는 작전보다 햇볕을 쬐어 스스로 벗게 하는 작전이 더 효과가 있다는 점을 입증한 셈이다.
▽방문 전후 위안화 급절상=폴슨 장관이 대중국 입장을 밝힌 13일부터 방중 마지막 날인 22일까지 위안화 환율은 하루도 쉬지 않고 절상됐다. 또 20일부터는 매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폴슨 장관은 13일 방중을 앞두고 “중국과 단기적으로 마찰을 빚는 것보다 세대적(世代的) 관점에서 양국 관계를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며 “위안화 환율 문제는 장기적이며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유연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날부터 위안화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중국 위안화는 13일부터 22일까지 9일 만에 0.46% 올랐다. 이는 지난해 7월 중국이 사실상 위안화의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이후 1년 2개월간 겨우 2.2%가 절상된 점을 감안할 때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최고위급 전략대화 창구 신설=폴슨 장관은 방문기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우이(吳儀) 부총리, 보시라이(薄熙來) 상무부장, 마카이(馬凱)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등 중국의 관련 고위인사는 거의 모두 만났다.
특히 후 주석이 장관급인 그를 만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중국이 1990년대 이후 중국을 70여 차례나 방문할 정도로 중국에 정통한 그에게 무게를 실어주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에 앞서 20일 폴슨 장관은 우 부총리와의 회담에서 매년 두 차례 경제 분야의 고위급 전략대화를 하기로 합의했다. 이 대화에는 폴슨 장관과 우 부총리가 대표로 참석한다. 기존의 차관급 회의를 장관급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이르면 올해 11월 미 워싱턴에서 첫 회의가 열릴 전망.
후 주석은 22일 인민대회당에서 폴슨 장관을 만나 “쌍방이 이 회담을 활용해 공동관심사는 물론 지구 차원의 전략적 경제 문제도 심도 있게 토론하길 바란다”고 밝혀 이 회담에 거는 기대의 한 자락을 내비쳤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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