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즈펠드 '北 위협아니다'는 떠나겠다는 신호"

  • 입력 2006년 9월 1일 1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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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벡 국제위기그룹(ICG) 동북아 사무소장은 31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갑자기 북한이 남한에 대한 임박한 위협이 아니라고 말한 것은 미군이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됐다는 '명백한 신호'"라고 진단했다.

서울 종로구 내수동 ICG 사무실에서 이날 연합뉴스와 만난 벡 소장은 주한미군 철수설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하고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이 북한의 대남위협에 대해 언급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무슨 뜻이겠느냐"고 반문했다.

벡 소장은 북한의 위협이 사라진 후에도 '중국 억지' 전략 차원에서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할 것이라는 분석에 대해 "'전략적 유연성'이 강화될수록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늘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중앙아시아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이동'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며 "전 지구적 차원에서 봤을 때도 한국의 중요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와 관련한 미 정부 부처 간 입장 차이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러한 견해에 대해 국방부가 특히 적극적"이라고 귀띔했다.

벡 소장은 다음달 중순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 "작전권, 북핵문제 등 한미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들이 '현재 진행형'인 미묘한 시점이라 두 정상 모두 정치적 노련함과 수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쪽 정상이 자신의 의제를 '너무 세게 밀면'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고 "될 수 있으면 둘 사이에 '이견'이 있다는 자명한 사실을 서로에게 다시 상기시켜주는 상황은 피하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벡 소장은 북한이 선택할 에이스 중 에이스 카드이기 때문에 "당장은 안할 것"이라고 단언하고 "북한이 지금 어느 게임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핵실험을 해서 지금으로서는 얻을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핵실험 문제와 관련) 가장 분명한 것은 김정일 위원장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언론에 보도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설'과 관련해 "만약 김 국방위원장이 중국에 갔다면 의미가 있다"고 분석하고 "이를 계기로 중국 측이 북한에 '태도를 바꾸라'는 압박을 다시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이어 "일각에서는 특별열차에 탄 것은 김 위원장이 아니라 장성택 부부장이라는 소문도 있다"면서 "장 부부장이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고 있기 때문에 사실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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