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경제 새로운 핵 인도 가다…IT산업 중심지 벵갈루루

  • 입력 2006년 8월 21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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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벵갈루루 시의 한 비즈니스 아웃소싱 업체 사무실. 인도의 아웃소싱 산업은 콜센터 중심에서 탈피해 ‘지식 컨설팅’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진 제공 벵갈루루 시
인도 벵갈루루 시의 한 비즈니스 아웃소싱 업체 사무실. 인도의 아웃소싱 산업은 콜센터 중심에서 탈피해 ‘지식 컨설팅’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진 제공 벵갈루루 시
뱅갈루루는 인도 IT 산업의 중심답게 경제적으로 풍족하다. 인도의 다른 도시들과 달리 한밤에도 네온사인 불빛이 화려하게 빛난다. 문권모 기자
뱅갈루루는 인도 IT 산업의 중심답게 경제적으로 풍족하다. 인도의 다른 도시들과 달리 한밤에도 네온사인 불빛이 화려하게 빛난다. 문권모 기자
《인도 정보기술(IT) 산업의 중심인 벵갈루루 시 라벨 거리에 위치한 비즈니스 아웃소싱 업체 맨손사(社). 5층짜리 상가건물 2층에 있는 사무실에 들어서자 수십 명의 직원이 PC 모니터 앞에서 업무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들은 미국과 유럽의 고객에게 법률 서류 처리와 시장조사, 소매업 데이터 분석 등의 서비스를 인터넷으로 제공했다. 직원들은 외국과의 시차를 고려해 24시간 3교대로 근무했다. 지난주 현지 취재한 인도 IT 업체들은 저가(低價)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콜센터 업무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지식 컨설팅’으로 이동 중이었다. 아웃소싱 서비스의 대명사로 불리던 콜센터 사업은 이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아웃소싱 콜센터 비중 35%로 감소

맨손의 법률 서비스는 소송 서류의 초안 작성부터 관련 자료의 보관까지 거의 모든 것을 포함한다. 시장조사는 규모와 범위 면에서 놀랄 만한 수준이다.

이 회사의 아미트 카타리아 이사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한국 등 세계 42개국을 대상으로 시장조사 업무를 수행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조사 능력은 세계적인 수준. 시장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하는 것은 물론 대응 전략까지 세워 준다.

카타리아 이사는 “2003년 사업 시작부터 콜센터 운영은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고객 불만사항을 접수하는 등의 콜센터 사업은 수익성이 낮은 데다 고객사들이 계속 비용을 깎으려 들기 때문이다.

인도의 비즈니스 아웃소싱에서 콜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85%에서 2006년 현재 35%로 줄었다. 최근에는 인도 업체들이 거래업체의 콜센터 업무 재계약 제의를 거절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맨손은 외국인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었다. 유럽은 물론 한국과 중국 출신의 직원도 있다. 회사 측은 “한국인 직원 2명을 고용하고 있다”며 “최근 한국 제약시장에 대한 조사를 끝냈다”고 말했다.

○독자 제품개발 시장 직접 진출

인도의 IT 기업은 선진국 기업들의 하청구조를 탈피해 독자 제품을 개발해서 세계 주요 시장으로 직접 진출하고 있다.

인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실라 굴라티 개발담당 이사는 “인도 업체들은 세계 굴지 기업의 IT 업무를 대행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노하우와 기술을 축적했다”고 지적했다.

인포시스와 위프로, 타타컨설팅서비스, 사티암은 보스턴컨설팅이 선정한 개발도상국의 100대 기업에 뽑혔다. 인포시스는 앞으로 5년 동안 중국에 6500만 달러를 투자해 소프트웨어와 아웃소싱 서비스를 전개할 계획이다. 타타컨설팅서비스는 이미 2001년부터 헝가리에 지사를 설립해 유럽 진출의 거점으로 삼고 있다.

이런 세계적 기업들의 출현으로 인도의 IT 산업은 1990년대 이후 국가경제의 발전을 이끌어 왔다. 인도 정부는 2020년에는 세계 IT 산업의 15%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IT를 포함한 서비스업 중심의 경제발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인도의 서비스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기준으로 51.7%에 이른다. 반면 제조업은 16.1%에 불과하다. 중국의 경우 서비스업 비중은 31.8%, 제조업은 46%이다.

‘인도 경제가 IT 산업에 너무 치우치지 않았는가’란 질문에 현지 전문가들은 “IT 산업의 파급 효과를 보아 달라”고 말했다. IT 분야의 고용이 증가하면서 소비가 늘어났고 다른 분야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도 크다는 것. 실제로 공장 노동자의 연봉이 1200달러 수준인 데 반해 3, 4년차 IT 엔지니어는 7000달러 정도를 받는다.

○조금씩 제조업 부문으로 확산

최근에는 인도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제조업으로 발전하는 양상도 보인다. 이런 모습은 인도에서의 소프트웨어 연구개발을 제품 제조로 연장하는 휴대전화 업계에서 두드러진다. 노키아와 모토로라, LG전자, 삼성전자 등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잇달아 인도 공장의 신설 및 증설을 발표하고 있다.

인도 국가응용경제연구위원회(NCAER)의 라비 벤카테산 박사는 “중국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인도의 제조업은 IT 산업을 중심으로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며 “그러나 경제가 더욱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도 정부가 금융업과 중공업 등의 발전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말 이후 인도 경제를 이끌어 온 IT 산업은 지금 ‘또 다른 도약’을 꿈꾸고 있었다.

수학중시 문화+공대 인기+교육열

IT인도 끄는 ‘3두마차’

“인도인에게 수학은 ‘문화’입니다. 길거리에서 과일을 파는 할머니들도 암산 실력이 대단합니다. 외국 사람들이 계산기로 답을 내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벵갈루루 연구센터의 파드마나반 아난단 소장은 인도인들이 정보기술(IT)에 뛰어난 이유를 수학적 전통에서 찾았다. 실제로 인도는 고대로부터 수학 수준이 뛰어난 나라였다. ‘아라비아숫자’도 사실은 기원전 1400년∼기원전 1500년에 인도에서 발명됐다.

오늘날에도 인도인들은 숫자에 능하다. 초등학생 때 구구단을 19단까지 외우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 숫자에 능한 인도인들은 공학은 물론 회계와 통계, 재무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보인다.

○1000여개 공대서 매년 35만명 배출

인도에서는 공대가 인기가 높다. 경쟁률은 물론 대학입학시험 점수도 높다. 최고의 명문인 인도공과대학(IIT)에 들어가려면 전국에서 상위 1% 이내에 들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선호하는 의대와 법대도 공대에 밀린다. 인도 학생들의 가장 큰 목표가 공대를 나와 외국 기업에 기술자로 취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학적 전통과 공대 선호 덕분에 인도의 공대 졸업생 규모와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인도에서는 1000여 개에 이르는 공대에서 매년 35만 명의 졸업생이 배출된다. 이것은 미국 전체 공대 졸업생의 5배 규모다. 벵갈루루에서만도 한 해 3만여 명의 공대생이 대학을 졸업한다.

○가사 도우미도 돈아껴 자식들 과외

인도인들의 뜨거운 교육열도 IT 인재 양성에 한몫을 하고 있다. 인도 중산층의 교육열은 한국에 필적할 정도다. 이들은 대학생이나 현직 교사를 가정교사로 채용해 아이들을 가르친다. 학교 주변에 학원도 많다. 이런 학원에서는 한국처럼 ‘문제풀이 요령’까지 가르친다.

최근에는 경제가 발전하면서 중산층 이외의 계층으로도 교육열이 번져가고 있다. 자본주의 논리가 강해지면서 상위 카스트가 아니더라도 대학에서 교육을 받으면 높은 사회적 지위를 차지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현지의 한국 교민들은 “가정부 일을 하는 사람들도 돈을 아껴 아이들에게 과외를 시킨다”고 전했다.

수학적 전통과 공대 선호, 뜨거운 교육열에 힘입어 인도는 세계 IT 산업의 중심이 되고 있다.

벵갈루루=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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