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A급 전범에 추도의 마음을 표시하는 건 아니다”

  • 입력 2006년 8월 15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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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8월15일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강행했다.

일본의 현직 총리가 패전기념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은 1985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당시 총리 이후 21년 만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15일 오전 7시45분경 관용차로 도쿄(東京) 도심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찾아 본전(本殿)에 참배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참배 직후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급 전범 등 특정인이 아니라 전몰자 전반에 추도의 마음을 표시했다"고 강변했다.

또 그는 "종전에는 (이웃나라들의 반발을 고려해) 8월15일을 피해 참배했지만 비판과 반발에는 변함이 없었다"며 8·15 참배 강행의 책임을 한국과 중국에 떠넘겼다.

고이즈미 총리는 2001년 취임 이후 매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왔으나 종전기념일 참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한국 정부는 이날 외교통상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유감을 표명하고 오시마 쇼타로(大島正太郞)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강하게 항의했다. 나종일 주일대사도 이날 오후 일본 외무성을 항의 방문했다.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과거 일본의 군국주의와 침략의 역사를 미화하고 정당화하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또 다시 참배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분노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유명환 외교부 1차관은 외교부로 불려온 오시마 대사에게 "광복절 아침에 고이즈미 총리가 신사 참배를 강행한 것은 우리 국민의 감정을 심대하게 손상시키는 것으로 우리 정부와 국민은 깊은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오시마 대사는 "A급 전범을 위한 참배가 아니라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담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 강행에 대해 한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아시아 각국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싱가포르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 강행은 중국과 한국, 그리고 여타 아시아 국가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남동아시아를 포함한 동아시아의 관계 강화와 협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병기 기자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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