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軍 유엔요원 공격’ 사과요구

  • 입력 2006년 7월 27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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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으로 레바논에서 활동하던 유엔 감시단원 4명이 폭사하자 유엔이 이스라엘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자국 감시단원 1명이 숨진 중국도 중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불러 사과를 요구하고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유엔 요원 폭사 파장=25일 레바논 남부의 키암에 있던 유엔 감시단 건물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붕괴되면서 유엔 감시단원 4명이 건물 잔해에 깔려 숨졌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 군이 유엔 사무소라고 분명하게 표시된 건물을 ‘의도적으로’ 공격한 것으로 보여 충격을 받았다”며 ‘고의’ 가능성을 지적했다. 매우 이례적인, 강경한 톤이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즉각 “실수였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했으나, 단 길레르만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오히려 “이스라엘이 의도적으로 유엔 건물을 공격했다고 내비친 아난 총장의 성급한 성명에 충격을 받았다”며 반발했다.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거점을 무력화시키겠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아미르 페레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평화유지군이 배치되기 전까지 ‘안전지대’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헤즈볼라는 26일 레바논 남부의 거점을 지키기 위해 국경 4km 안쪽에 있는 빈트지베일 마을에서 이스라엘 군과 치열한 총격전을 벌였다. 알 아라비야 TV는 헤즈볼라가 적어도 12명의 이스라엘 군인을 사살했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미국 중재안 반발=레바논 정부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24일 내놓은 중재안을 거부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라이스 장관의 중재안은 레바논 남부에 국제평화유지군 배치 및 헤즈볼라의 무장해제와 동시에 휴전하자는 내용.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전제로 한 ‘조건부 휴전’으로, 헤즈볼라도 참여하는 레바논 정부로선 수용하기 어려운 제안이다.

라이스 장관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또는 유엔의 지휘를 받는 터키와 이집트 병력 1만 명을 먼저 배치한 뒤 최대 3만 명의 평화유지군을 추가 투입한다는 2단계 계획을 제시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그러나 푸아드 알시니오라 레바논 총리는 사태의 근본적 해결안이 필요하다며 이스라엘이 1967년부터 점령 중인 골란고원 북쪽 셰바 지역에서 철수하는 내용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각 휴전이냐, 조건부 휴전이냐=26일 로마 국제회의에서 15개국 대표들은 레바논 남부에 유엔 이름의 다국적군을 배치하자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 방식에는 이견이 노출됐다. 미국과 영국은 ‘지속 가능한 평화’를 내세우며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우선 요구했다. 미국과 영국을 제외한 많은 국가들은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휴전을 주장했다.

마시모 달레마 이탈리아 외교장관은 “휴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모든 당사자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에 직간접적인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해 휴전 방식에 관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여기에 미국과 프랑스 등 대다수 국가가 다국적군 참여에 미온적이어서 다국적군 배치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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