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통령 선거, 우파 펠리페 칼데론이 근소한 차이로 승리

  • 입력 2006년 7월 7일 11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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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貧者)를 위한 좌파 민족주의냐, 글로벌 경제편입을 위한 우파 시장주의냐를 놓고 대립했던 멕시코 대통령 선거에서 우파 후보인 펠리페 칼데론이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이에 따라 중남미를 휩쓸고 있는 좌파 물결이 한풀 꺾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50만표(0.6%)차 승리=멕시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6일밤 "집권 국민행동당(PAN) 칼데론 후보가 35.89%(1530만표)를 얻어서 35.31%(1480만표)를 얻은 좌파 민주혁명당(PRD) 로페즈 오브라도르 후보를 앞섰다"고 발표했다. 두 후보의 표차는 단 50만표.

'좌우를 아우른다'는 정책으로 2000년까지 71년간 정권을 쥐었던 제도혁명당(PRI) 카를로스 마드라소 후보는 22.26%를 얻는데 그쳤다. 지난 번 대선에서 비센테 폭스 현 대통령에게 패한 데 이은 2연패.

멕시코 대선은 2일 치러졌지만, 근소한 표차가 부를 개표시비를 막기 위해 3일간의 공식 개표준비를 거쳐 5일 최종검표가 시작됐다.

그러나 좌파 오브라도르 후보는 "개표과정이 문제투성이"라며 개표결과 불복종 운동 전개를 선언함으로써 향후 멕시코 정국에 혼란이 예상된다.

미국의 분석가들은 '(좌파가 배제된 채) 집권 우파와 (좌우 색채가 분명치 않은) 제도혁명당(PRI)의 연정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칼데란 대통령의 임기는 12월1일 시작된다.

▽우파 승리의 의미와 과제=칼데론 후보의 당선은 멕시코 유권자들이 시장주의를 '한번 더' 믿어보겠다는 의지가 '못 살겠다 갈아보자'식 민심을 간신히 앞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칼데론 후보는 시장우선, 자유무역 확대, 외국인 투자촉진, 공기업 개혁의 이행을 다짐해 왔다.

그러나 2위 후보와의 표 차이가 50만표(0.58%)에 불과해 칼데론 당선자가 앞으로 시장주의 정책을 펴나가는 동안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 정부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달 "공기업 개혁, 전투적 노조문화 개선, 극빈층 구제, 기본교육 확대는 여전히 높은 벽"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코카콜라 중남미본부 사장 출신인 비센테 폭스 현 대통령이 2000년 집권이후 시장경제 정책을 실시했지만 그 과실이 골고루 돌아가지 못한 상황이다.

또 5대 산유국인 멕시코가 정유시설 하나 못 갖추면서 '원유 판매대금을 휘발유 수입하는데 써 버리는' 기형구조는 바로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수많은 멕시코인이 미국으로 흘러들어간 것은 정책실패의 상징이랄 수 있다.

▽좌파 도미노의 종착점=선거 기간 내내 관심사는 남미를 휩쓴 반미 민족주의적 좌파바람이 미국의 턱밑까지 차오를 것이냐에 모아졌다. 멕시코 콜롬비아를 제외하면 중남미 주요국에서 우파 후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좌파 오브라도르 후보는 선거 1주일 전에 치러진 최종 여론조사에서 2,3% 포인트 앞설 정도로 우파 후보를 줄곧 앞서왔다.

그러나 남미 포퓰리즘의 상징인물이 돼 버린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멕시코 선거에 개입한 것은 역작용을 불렀다. '멕시코는 좌파후보를 선택하라'는 그의 내정간섭적인 발언은 우파 후보의 TV광고를 통해 급속히 전파됐고, 부동표였던 멕시코 중산층 유권자들은 '덜 불안한 지도자'인 칼데론 후보를 선택했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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