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장관 직선” 홍콩 6만명 민주화 시위

  • 입력 2006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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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민들이 홍콩 주권 반환 9주년 기념일인 1일 중국 정부를 상대로 행정장관 직선제 등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거리시위를 벌였다.

홍콩 시민과 학생 5만8000여 명은 이날 오후 행정장관과 입법위원 전원을 직선으로 선출할 것을 요구하며 홍콩섬 완짜이(灣仔) 빅토리아공원에서 중환(中環) 정부 청사까지 3km가량 행진했다.

‘정의, 평등, 민주, 희망’ 등이 적힌 플래카드와 피켓을 든 시위대는 “우리는 직선제를 원한다”고 외치며 행진을 벌였다.

‘홍콩의 양심’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천팡안성(陳方安生·65·여) 전 홍콩 정무사장(政務司長·총리 격)도 ‘민주주의는 조화의 열쇠’라는 피켓을 들고 참가했다. 베이징(北京)의 중앙 정부와 대립하다 2001년 초 임기를 1년 5개월 남겨 둔 상태에서 사임한 그는 “민주주의를 지지하기 위해 행진에 참가했다”며 “그러나 (중앙) 정부에 도전하려는 뜻은 없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은 “천을 행정장관으로”라고 외치기도 했다.

홍콩 시민들은 2003년 7월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여 법 추진을 무산시킨 이후 매년 7월 1일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 왔다.

홍콩 정부는 시위가 끝난 직후 성명을 통해 “정부는 행정장관과 입법위원 직선제를 검토 중이며 내년 초 결론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콩 기본법에 따르면 행정장관은 800명으로 구성되는 선거위원회에서 선출하게 돼 있다. 또 임기 4년의 입법위원 중 절반은 직선으로 선출하고 나머지는 직능별로 선출하도록 규정돼 있다.

홍콩 기본법을 바꾸려면 입법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행정장관의 동의가 필요하며 사전에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 보고해 비준을 받아야 한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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