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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6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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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을 기해 미국 상원의원 최장 재임 기록(47년 5개월)을 경신한 로버트 버드(민주당·웨스트버지니아 주·사진) 의원의 다채로운 경력이다.
1917년생으로 89세인 그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임기 6년의 상원의원 9선에 도전할 계획이다. 당선이 돼 2013년까지의 임기를 무사히 마치면 54년간 연속으로 상원의원 자리를 지키게 되는 셈.
‘새 임기를 채울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다리에 힘이 빠진 것 외에는 문제없다”며 오히려 호통을 쳤다.
‘살아 있는 상원의 역사’로 불리는 버드 의원이지만 어린 시절은 순탄치 않았다.
그가 한 살 때 어머니가 독감으로 숨지자 아버지는 아이들을 친척집으로 보냈다. 형제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아버지는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KKK’ 단원이었다.
그는 웨스트버지니아 주 탄광촌에서 광원으로 일하는 친척에게 입양됐고 광원의 딸과 결혼했다. 그의 아내는 고등학교 시절 여자친구.
버드 의원은 “다른 여느 미국 정치인들처럼 전기도 상수도도 없는 집에서 가난하게 자랐다”고 회상했다.
그는 평생 골프를 단 한 번도 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다른 상원의원들이 골프나 카드게임을 하자고 할 때 그의 대답은 한결같이 ‘노(No)’였다.
그의 성실함은 1971년 상원 원내부총무 경선에서 에드워드 케네디 의원을 꺾을 때부터 증명된 것이었다. 한마디로 파란이라고 부를 만한 경선이었으나 그는 성실성 하나로 의원들의 마음을 샀다.
그가 60년간 의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해리 트루먼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까지 모두 11명의 대통령이 바뀌었다.
1980년대에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를 지냈던 버드 의원은 이라크전쟁에 반대하는 등 진보 인사로 분류되지만 그의 정치성향은 미국 정치사의 굴곡만큼이나 곡절이 많았다.
존 케리 전 민주당 대통령 후보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마저도 여론을 의식해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 개전에 찬성했을 때, 버드 의원은 강력한 반대 견해를 고수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두 가지 일은 ‘뼈아픈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는 1940년대 초 24세 때 ‘KKK’에 가입했고, 1960년대엔 민주당 정권이 추진한 흑인민권법안에 대해 반대했다. 백인중심주의가 강했던 지역구 정서와 무관치 않은 선택이었지만 민권법안을 논의할 때는 무려 14시간에 걸쳐 필리버스터(의사일정 방해 연설)를 해가며 반대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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