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고려일보 양원식 전 주필 피습

  • 입력 2006년 5월 14일 16시 01분


옛 소련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한인 신문인 카자흐스탄 고려일보의 한글판을 담당해온 양원식 전 주필이 피습돼 9일 세상을 떠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74세.

카자흐스탄 주재 한국 대사관에 따르면 양 전 주필은 5일 아침 운동 후 알마티 시내의 한 아파트에 있는 자택으로 돌아오다가 복면을 쓴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머리를 맞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현지 한인들과 대사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11일 한국교육원에서 장례가 치러졌다.

현지 경찰은 양 주필이 고령인데다 원한관계도 없어 일단 우발적인 강도사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카자흐스탄 고려인협회와 한국대사관은 경찰에 철저한 수사를 요청했다.

양 전 주필은 1932년 평안남도 안주에서 태어나 1970년대 모스크바 유학 도중 북한체제를 비판하고 소련으로 망명했다. 기록영화 감독을 지내다가 소련 해체 후 고려일보 한글판 편집을 맡아 한글과 한국문화 보존에 앞장서왔다.

1923년 연해주에서 창간돼 옛 소련 시절 '레닌 기치'라는 이름으로 동포 언론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고려일보는 1991년부터 현재의 제호로 매주 4~8면의 신문을 한글과 러시아어를 섞어 발행해왔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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