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in Korea]바실리 조 “러시아 훈장 감회 새로워”

  • 입력 2006년 4월 21일 03시 10분


한-러 양국 정부로부터 모두 훈장을 받은 바실리 조 러시아고려인연합회장. 가슴에 러시아 국가우호훈장을 달고 손에는 대한민국 국민훈장을 들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한-러 양국 정부로부터 모두 훈장을 받은 바실리 조 러시아고려인연합회장. 가슴에 러시아 국가우호훈장을 달고 손에는 대한민국 국민훈장을 들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한국에 이어 러시아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은 것은 앞으로 두 나라를 잇는 다리 역할을 더 잘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19일 바실리 조(55) 러시아고려인연합회장이 러시아 국가우호훈장을 받았다. 훈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대신해 알렉산드르 소콜로프 문화언론부 장관이 수여했다.

조 회장은 2003년 2월에도 한국 정부로부터 고려인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을 받았다.

지금까지 러시아 정부가 외교관계를 고려해 한국과 북한 인사를 서훈한 사례는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 내 한인이 훈장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기념행사에서 블라디미르 이(76) 러시아외교아카데미 교수는 “97년 만에 보는 각별한 의미의 훈장”이라고 말했다. 제정러시아의 황제 니콜라이 2세가 1909년 당시 러시아에 망명 중이던 이범진(李範晋·1852∼1911?) 선생에게 스타니슬랍스키 1등 훈장을 수여한 사실을 가리킨 것.

대한제국의 초대 러시아 주재 공사였던 이범진 선생은 1905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잃자 일제의 귀국 명령을 거부하고 러시아에 남아 대한제국 여권발급 등 영사업무를 계속하며 저항했다. 니콜라이 2세는 이러한 선생을 격려하기 위해 훈장을 수여했다. 하지만 1910년 국권을 완전히 뺏기자 선생은 이에 항의해 자결했다.

조 회장의 서훈기념행사에는 마침 이범진 선생의 후손인 율리야 피스쿨로바(35) 박사도 참석했다.

조 회장은 1999년 유명무실한 단체이던 고려인연합회를 맡아 실질적인 20만 고려인들의 구심점으로 만들었다. 고려인연합회는 현재 러시아 내 60여 소수민족단체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아 고려인회관 건물을 확보한 것이나 2004년이 한인이 러시아로 이주한 지 140주년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러시아 정부로부터 공인받아 국가예산으로 대규모 기념행사를 치르기도 했다.

엔지니어 출신의 조 회장은 섬유공장 지배인을 거쳐 1989∼1992년에는 옛 소련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국회의원)을 지냈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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