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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4월 17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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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 포로 고문 이슈도 그렇지만 월급쟁이 유권자의 심기를 박박 긁어 놓는 것은 돈 문제가 으뜸이다. 그는 석유기업 핼리버튼의 최고경영자(CEO)였다. 2004년 대통령 선거전에서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부통령은 핼리버튼과 자기 돈벌이를 위해 이라크전쟁을 써 먹는다”는 TV 광고를 만들었을 만큼 그는 여러 가지 의심을 받았다.
14일 백악관에서 체니 부통령의 2005년 연말정산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돌렸다. 소득 196만 달러(약 19억 원), 납세액 52만 달러. 하지만 핼리버튼 스톡옵션 행사로 벌어들인 돈까지 합하면 총소득은 883만 달러. 역시 부자 부통령….
그러나 자료를 읽어가다 이해할 수 없는 구절을 만났다. 기부금 총액이 687만 달러. 전체 소득의 78%다. 부통령이 이만큼 번 것도 놀랍지만 기부금 규모나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의 기부 왕’ 자리에 올려도 손색없는 수치였다.
팩트체크(factcheck.org)라는 단체가 인터넷에 해답을 올려놓았다. 대선전이 한창이던 2004년 9월에 올린 자료다.
이 단체의 보고서에 따르면 체니는 2001년 부통령에 출마하면서 서약서를 하나 썼다. “핼리버튼에서 스톡옵션을 받았지만, 그 차익은 전액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것이었다. 선거 과정에서 나올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687만 달러는 그의 모교인 와이오밍대, 심장수술을 집도했던 조지워싱턴대 심장의학센터, 워싱턴 지역의 저소득층 자녀가 공립학교 대신 사립학교 및 기독교학교로 전학하는 것을 돕기 위한 구호단체로 전달됐다. 전체 스톡옵션 이익에서 세금 246만 달러와 변호사 비용을 제외한 전액이다.
체니 부통령은 돈을 벌면 70% 이상을 기부하는 그런 박애주의자가 아니다. 2004년 체니 부통령 부부는 232만 달러를 벌었고, 30만 달러를 기부했다. 세금 부과 대상의 23%다. 높은 비율인지 아닌지는 독자에 따라 다를지 모르겠다.
한편 조지 W 부시 대통령 부부는 지난해 모두 61만8694달러를 벌었다. 대통령 급여 40만 달러, 부인 로라 여사의 책 인세수입 등을 모두 합친 액수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급여는 2004년 기준 1억9400만 원. 미국 대통령의 절반 수준이다.
‘지지율 18% 부통령’이 무려 687만 달러를 기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체니 부통령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거부감이 좀 덜어질까. 그건 미국 언론이 얼마나 비중 있게 다루고, 유권자 사이에서 어떻게 전파될지에 달렸다. 보도자료가 나온 지 36시간이 흐른 15일 밤 인터넷 구글에서 관련기사를 이름(Cheney) 소득(income) 기부(donation)라는 단어로 검색해 봤다. 기사는 거의 없었다. 주말 탓인지는 좀 두고 봐야겠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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