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종 무슬림’ 反서방 불씨로…아프간 법원 석방방침에 반발

  • 입력 2006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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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법원이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사형 위기에 놓여 있던 압둘 라만(41)씨를 풀어 주려고 하자 무슬림(이슬람교도)들이 27일 석방 반대 시위를 벌이고 나섰다.

다른 이슬람 국가들도 라만 씨의 석방에 반발할 경우 ‘마호메트 만평 파문’에 이어 또 한 차례 서방과 이슬람권의 충돌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아프간 북부 마자르이샤리프에서 700여 명의 무슬림이 배교(背敎)자 라만 씨를 석방해서는 안 된다며 시위를 벌였다.

성직자와 학생들로 구성된 시위대가 ‘배교자를 처형하라’는 구호와 함께 ‘서방 국가들은 아프간 내부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고 외쳐 종교 문제가 반외세 투쟁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였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아프간 법원은 26일 “라만 사건을 검토한 결과 법 적용에 결함이 있고 증거가 불충분해 검찰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라만 씨가 개종을 취소하지 않으면 사형이 불가피하다는 기존의 생각을 뒤집은 것이다.

알자지라 방송은 “아프간 정부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석방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면서 “라만 씨가 풀려날 경우 아프간 정부는 무슬림의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가족들이 배교자를 받아들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이웃들이 이들을 살해하는 ‘명예살인’이 자주 일어난다. 라만 씨 역시 가족이 경찰에 신고해 법원까지 오게 됐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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