改宗 충돌…서방 “개종무슬림 사형 말라”아프간 “신모독”

  • 입력 2006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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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로 개종한 아프가니스탄 무슬림(이슬람교도) 압둘 라흐만(41)이 ‘배교(背敎)’ 혐의로 기소돼 사형 위기에 놓이자 서방 언론과 정부가 반발하고 나섰다. 1월 유럽 언론의 마호메트 만평 게재 파문에 이어 서방과 이슬람권이 다시 한번 충돌할 조짐이다.

미국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23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바람직한 해결을 촉구했다.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전날 “우리는 아프간에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이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냥 좌시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유럽연합(EU)도 “라흐만이 처형당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의 언론, 기독교계도 기본적 인권인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아프간 정부와 법원을 성토했다.

지난해 9월 30일 마호메트 만평을 처음 게재한 덴마크 신문 윌란스포스텐은 “덴마크 군대가 라흐만을 데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프간 성직자들은 개종은 신을 모독하는 행위라며 라흐만의 목을 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사룰라 마울라비 자다 담당 판사도 “무슬림이 개종하는 것은 불법이므로 라흐만이 개종을 취소하지 않으면 사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라흐만은 16년 전 기독교 구호단체의 일원으로 파키스탄에 파견돼 난민구호단체에서 일하면서 기독교로 개종했다. 1993년 독일로 건너가 9년 동안 체류하다 2002년 아프간으로 돌아왔으나 가족의 고발로 카불 법정에서 서게 됐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는 이교도들의 신앙은 인정하지만 무슬림의 배교 행위는 간음과 마찬가지로 사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아프간은 2800만 인구 가운데 99%가 이슬람교도이고, 1%만이 힌두교도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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