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유전자 찾아…” 美 자발적 미혼모 는다

  • 입력 2006년 3월 2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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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미혼모’들의 출산 이야기를 커버스토리로 다룬 19일자 뉴욕타임스 매거진 표지. 사진 제공 뉴욕타임스
‘자발적 미혼모’들의 출산 이야기를 커버스토리로 다룬 19일자 뉴욕타임스 매거진 표지. 사진 제공 뉴욕타임스
《미국 뉴욕에 사는 K(39·여) 씨는 그동안 남자를 많이 사귀었지만 결혼하고 싶은 상대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아이는 꼭 키우고 싶어 지난해 10월 정자은행에서 기증자를 검색하게 됐다. 좋은 가정환경에서 교육을 잘 받고 자란 말쑥한 어느 유대계 남자에게 ‘필’이 꽂혔다. K 씨는 이 남자의 정자가 인기 있다는 말을 듣고 두말없이 그가 내놓은 정자 8세트(8회 수정분을 뜻함)를 3100달러(약 310만 원)를 주고 통째로 샀다.》

미국에서 ‘자발적 미혼모(single mothers by choice)’가 늘고 있으며 이들을 중심으로 ‘좋은 정자’를 찾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고 뉴욕타임스 매거진이 19일 보도했다.

25년 전 설립된 ‘자발적 미혼모 모임’의 지난해 말 현재 회원은 4000명으로 10년 전의 배에 이른다. 미국 최대의 정자은행인 ‘캘리포니아크라이어뱅크’는 지난해 인공수정에 필요한 정자 9600여 세트를 자발적 미혼모에게 공급했다.

이들은 좋은 유전자를 갖고 있거나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보충해 줄 수 있는 정자를 찾아 ‘맞춤식 수정’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정자은행은 기증자의 인종, 나이, 신체정보, 취미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키가 작은 여자는 키가 큰 남자의 정자를 찾는 식이다.

43세의 한 유대계 미혼모는 ‘안경 쓰고 머리가 일찍 벗겨지는’ 전형적인 유대계 남성이 싫다며 ‘키가 180cm가 넘고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독일계 남자의 정자를 기증받아 ‘푸른 눈에 금발인’ 예쁜 딸을 낳는 데 성공했다.

정자 기증자 대부분은 익명이지만 일부는 신원을 밝히고 ‘2세가 어른이 되면 자신을 접촉할 수 있다’는 보증을 해준다. 이렇게 신원을 공개한 정자는 가격이 높다.

익명의 정자 기증자를 통해 낳은 아이들에게 ‘같은 핏줄’을 찾아 주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런 만남을 주선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보디빌더 1명이 무려 21명의 ‘생물학적 아버지’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의 ‘2세’ 가족들은 현재 인터넷 등을 통해 교류하고 있으며 2007년에는 이런 가족들이 모두 모여 함께 휴가를 가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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