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학생 돌본 프랑스 수녀 이야기

  • 입력 2006년 1월 8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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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눈의 실명(失明)으로 글을 제대로 읽기 힘든 상황에서도 한국 유학생들의 논문을 교정해주고 인생 상담역을 자처한 85세의 프랑스 수녀가 최근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으로부터 공로패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담의 주인공은 파리의 옥실리아트리스 수녀회 소속인 베르나데트 마르텡 드캉 수녀. 대사관에 따르면 베르나데트 수녀는 1990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15년 간 아무런 대가 없이 한국 학생들의 석사 박사 학위논문과 보고서를 교정해줬다. 또 한국 학생들에게 프랑스어 연습 상대도 돼 줬고 인생 상담도 했다.

그러던 중 베르나데트 수녀는 약 10년 전 한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그럼에도 한국 학생들의 논문 교정을 중단하지 않았다. 베르나데트 수녀는 지난해 9월 "백내장을 비롯한 안과 질환 때문에 더 이상 책을 보면 나머지 눈마저 실명할 위험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서야 논문 교정을 중단했다. 하지만 학생들과의 상담은 계속하고 있다.

베르나데트 수녀는 한국을 비롯한 외국 유학생들에게 극진한 사랑과 정성을 쏟았다. 1990~2000년에는 부정기적으로 유학생들의 논문과 보고서를 교정해주다 200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는 아예 일주일의 대부분 일상 시간을 논문 교정과 상담에 쏟았다. 이 기간 수녀가 면담한 한국 학생은 매주 20~30명에 이를 정도. 여러 나라 유학생들이 도움을 받았지만 맥이 계속 이어진 한국 학생들이 베르나데트 수녀의 문하생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베르나데트 수녀는 학부와 대학원 때 현대문학을 전공한 덕분에 유려한 문장력으로 한국학생들의 서툰 프랑스어 논문을 깔끔하게 다듬어 줄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외국 유학생활로 심신이 고단한 학생들에게 마음의 휴식을 제공했다. 학생들에겐 어머니, 할머니와 같은 존재였다.

베르나데트 수녀가 학생들 이름을 다 기억하지 못하는 탓에 정확한 수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박사학위 논문을 쓸 때 도움을 받은 학생만 37명으로 파악됐다고 대사관은 전했다.

베르나데트 수녀는 3일 한국 대사관 신년 하례식 때 주철기(朱鐵基) 대사로부터 표창장과 공로패를 받았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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