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의 주인공은 파리의 옥실리아트리스 수녀회 소속인 베르나데트 마르텡 드캉 수녀. 대사관에 따르면 베르나데트 수녀는 1990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15년 간 아무런 대가 없이 한국 학생들의 석사 박사 학위논문과 보고서를 교정해줬다. 또 한국 학생들에게 프랑스어 연습 상대도 돼 줬고 인생 상담도 했다.
그러던 중 베르나데트 수녀는 약 10년 전 한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그럼에도 한국 학생들의 논문 교정을 중단하지 않았다. 베르나데트 수녀는 지난해 9월 "백내장을 비롯한 안과 질환 때문에 더 이상 책을 보면 나머지 눈마저 실명할 위험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서야 논문 교정을 중단했다. 하지만 학생들과의 상담은 계속하고 있다.
베르나데트 수녀는 한국을 비롯한 외국 유학생들에게 극진한 사랑과 정성을 쏟았다. 1990~2000년에는 부정기적으로 유학생들의 논문과 보고서를 교정해주다 200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는 아예 일주일의 대부분 일상 시간을 논문 교정과 상담에 쏟았다. 이 기간 수녀가 면담한 한국 학생은 매주 20~30명에 이를 정도. 여러 나라 유학생들이 도움을 받았지만 맥이 계속 이어진 한국 학생들이 베르나데트 수녀의 문하생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베르나데트 수녀는 학부와 대학원 때 현대문학을 전공한 덕분에 유려한 문장력으로 한국학생들의 서툰 프랑스어 논문을 깔끔하게 다듬어 줄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외국 유학생활로 심신이 고단한 학생들에게 마음의 휴식을 제공했다. 학생들에겐 어머니, 할머니와 같은 존재였다.
베르나데트 수녀가 학생들 이름을 다 기억하지 못하는 탓에 정확한 수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박사학위 논문을 쓸 때 도움을 받은 학생만 37명으로 파악됐다고 대사관은 전했다.
베르나데트 수녀는 3일 한국 대사관 신년 하례식 때 주철기(朱鐵基) 대사로부터 표창장과 공로패를 받았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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