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관계, ‘政冷經冷’…양국관계 최악국면

  • 입력 2005년 12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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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문제를 비롯한 중-일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최근 10여 년간 양국 관계를 상징해 온 ‘정랭경열(政冷經熱·정치는 차가워도 경제는 뜨겁다)’ 현상이 ‘정랭경랭(政冷經冷)’으로 바뀌었으며, 앞으로 이런 상황이 고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일본, 대(對)중국 최대 교역국 지위 빼앗겨=19일 중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일본은 2003년까지 11년간 유지해 온 중국의 최대 교역국 지위를 지난해 유럽연합(EU)에 넘겨준 데 이어 올해는 그 격차가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 교역규모에 있어서 일본은 지난해 EU와의 차이가 94억 달러였으나 올해 들어서는 9월까지 232억 달러를 기록했다. 또 미국에도 지난해 불과 17억 달러 뒤졌으나 올해는 9월까지 그 격차가 20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중국의 대외무역은 올해 9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23.7% 성장했으나 같은 기간 대일 교역액은 1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중-일 교역 비중은 2000년 17.5%에서 지난해 14.5%, 올해 9월에는 13.1%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보시라이(薄熙來) 중국 상무부장은 이와 관련해 “경제의 상호보완성이 대단히 강한 이웃국가인 중국과 일본의 경제 무역 협력 관계가 갈수록 약화되는 추세가 분명해지고 있으며 이는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랭경랭은 일본 책임”=관영 신화통신은 19일 “양국 간 정치적 냉각상태가 경제 무역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초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일본의 잘못된 행동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취임 후 △5차례에 걸친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2월 미일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에 대한 공동 전략목표 삽입 △4월 역사 왜곡 교과서 심의 통과 △일본 민간기업의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 허용 등을 통해 중국민의 감정을 심각히 손상시켰다는 것.

류장융(劉江永) 칭화(淸華)대 교수는 “고이즈미 총리와 일본 정치인의 거듭된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인해 양국 관계가 건강한 발전 궤도를 이탈했다”며 “야스쿠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양국 관계는 더 후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관영 중궈칭녠(中國靑年)보는 올해 항일전쟁 승리 60주년(8월 15일)을 앞두고 6, 7월 전국 독자 1만2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97.9%가 ‘고이즈미 총리 및 일본 정치인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응답했다고 19일 전했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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