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주가 5년만에 최고치, 경제회복 뚜렷

입력 2005-12-01 17:35수정 2009-09-30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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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東京) 도심 긴자(銀座)에서 가장 목이 좋은 요지의 땅값은 2002년 평당 5000만 엔(약 4억5000만 원) 선이었지만 요즘은 1억2000만 엔을 주고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대로변에서 약간 떨어진 공터는 평당 2200만 엔이던 것이 최근 입찰에서 7000만 엔으로 치솟았다.

장기불황에 허덕이던 일본 경제가 활력을 되찾았다는 신호는 주식시장에서도 나타난다. 1일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258.35엔(1.74%) 오른 1만5130.50엔으로 마감돼 2000년 12월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백화점의 고가품 판매가 호조를 보이는 등 소비도 살아나는 조짐이 뚜렷하다. '거품 경제의 재발'을 염려해온 신중론자들의 경고는 자취를 감췄고, '21세기의 첫 번째 호경기'에 대한 기대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기업실적 개선이 주가상승 이끌어 = 지난 1년간 닛케이평균주가의 상승률은 36%로 일본 경제가 자산 거품으로 흥청댔던 1980년대 후반보다 높다. 시가총액은 490조 엔으로 89년 말(590조 엔)의 80% 수준까지 회복된 상태.

최근의 주가상승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개선된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기업 1213개사의 9월 중간결산 결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2%, 경상이익은 7.1%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 3월 결산에선 3년 연속 사상 최대 경상이익 기록을 경신할 것이 확실시된다.

거품경기 당시엔 거의 모든 기업의 주가가 올랐지만 이번엔 개별 기업의 주가가 철저하게 실적에 따라 차별화 양상을 보이는 것도 다른 점이다. 도요타자동차의 주가가 80년대 후반 3000엔 선에서 현재는 6000엔을 웃도는 반면 수익 모델을 제시하지 못한 NTT의 주가는 5분의 1로 떨어졌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주가 상승은 몇 년간의 구조조정을 통해 일본 경제의 기초 체력이 튼튼해졌음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탈출이 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가계소득 증가로 소비도 살아나 = 루이뷔통 저팬은 지난달 중순 "엔화가치 하락으로 수지를 맞추기 힘들다"며 모든 제품의 가격을 4.5% 올린다고 발표했다. 업체 측은 올 들어 2번째인 가격인상으로 매출이 줄어들 것을 걱정했지만 루이뷔통 매장은 여전히 주 소비층인 20, 30대 여성 고객으로 붐빈다.

전문가들은 루이뷔통의 사례를 일본 경제가 '기업실적 개선-주가 상승-개인소비 증가'의 선순환 궤도에 진입한 증거로 해석한다. 실적 호조로 자신감을 되찾은 기업들이 인건비 지출을 늘린 덕택에 가계 소득에 숨통이 트였고, 고용 불안까지 사라지자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는 것.

주가의 가파른 상승세도 소비 심리를 되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일본의 개인투자가가 보유한 상장주식의 시가총액은 약 108조 엔으로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보다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미즈호증권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원유가격과 미국 경기가 변수이긴 하지만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에 더해 내수 경기가 조금 더 활기를 되찾으면 주가가 추가 상승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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