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학 "박물관, 문제제기에 확인서를 받다니…" 인권위 진정

  • 입력 2005년 11월 23일 14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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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광주박물관 연표의 ‘고조선’ 누락 및 표기 불분명 논란이 ‘명예훼손과 인권침해’ 문제로까지 번지며 형사사건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학운동시민연합(이하 국학)은 지난 16일 “전국 주요지방박물관의 연표에 ‘고조선’이 누락되거나 표기가 불분명하다”면서 “국립광주박물관에 가장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국학은 당시 광주박물관에 대해 △고조선 및 삼국의 건국에 대한 설명이 없고 △연표에 고조선과 삼국을 애매모호하게 표기 △삼국의 건국 연대 300년가량 오기 △‘선사와 고대의 여행’ 특별전 연표에 고조선 누락 등을 지적했다.

하지만 광주박물관은 “국학의 발표가 거짓”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광주박물관은 지난 18일 홈페이지에 올린 ‘국립광주박물관 연표 문제점 가장 없다’는 제목의 글에서 “광주박물관에 대한 국학의 발표 및 이를 받아 쓴 언론보도는 거짓이고 오보”라며 “공식적인 사과성명을 받는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박물관은 이런 주장의 근거로 당시 자료를 조사했던 국학 광주전남지부 박종현 학술부장의 ‘연표에 대한 언론오보 확인서’를 제시하고 전문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박물관측이 미리 작성한 문구에 박 씨가 자필로 ‘무관함’ ‘극히 문제점 없음, 가장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게 아님’ 등을 써넣는 형식으로 작성된 확인서에는 박물관 학예연구사 이모 씨와 박 씨의 서명이 들어있다.

▶오보 확인서 및 문제의 글

박 씨는 확인서 작성 경위에 대해 22일 “이모 학예연구사가 언론보도에 대해 확인 할 게 있으니 들어오라고 해서 박물관에 갔는데. 확인서를 내밀며 ‘지금 서명하지 않으면 나중에 문제가 커 질 수 있으니 서명하라’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부 복명용으로만 사용하겠다’면서 박물관 측에서 계속 요구해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런데 약속과 달리 홈페이지에 문서를 공개해 결과적으로 국학의 현장조사가 잘못된 것처럼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광주박물관 강순형 학예연구실장은 “고조선 관련 부분은 해석에 따라 논란이 되는 부분”이라며 “광주박물관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직원들이 박 씨를 불러서 확인서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강 실장은 ‘확인서’ 홈페이지 공개의 적법성 문제에 대해서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박물관장은 물론 중앙박물관과 문화관광부에 보고를 했으나 아무런 지적이 없어 홈피에 게재하게 됐다”고 밝혔다.

문제가 불거지자 국학은 22일 “국가기관이 현장조사자에 불과한 박 씨를 소환해 ‘확인서’를 받고 무단 게재한 것은 명백한 형법상 인권침해와 명예훼손이다. 박물관장과 관련 공무원(학예연구사)을 즉각 파면하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국학은 “경찰과 검찰도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시민을 소환하지 않는데 박물관은 마치 조선총독부 고등계형사가 독립운동가를 취조하듯, 미리 작성한 범죄조서 같은 확인서에 자필로 쓰고 서명 날인케 했다”고 주장했다.

국학은 이와 별도로 광주박물관의 △연표에서 고조선 역사 1000년 누락 △삼국이 서기 313년 이후에 건국한 것으로 오기 △원삼국시대 표기는 조선총독부가 뿌린 식민사관 이라며 시정을 거듭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김인숙 변호사는 “국학의 발표 및 언론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면 반박문을 내거나 정정 보도를 요청해야지 시민을 불러 확인서를 받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특히 개인의 이름이 있는 확인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은 인권침해와 명예훼손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확인서를 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커질 수 있다. 내부 복명용으로만 쓰겠다’며 날인을 종용했다면 일종의 기망행위로 더욱 큰 문제”라며 “위법적인 요소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박물관은 문제가 확대되자 22일 오후 늦게 문제의 글과 ‘확인서’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또 “논란의 소지는 있지만 고조선에 관련된 모든 부분을 다시 확인 검토한 뒤 잘못된 것이 있으면 수정하겠다”고 시정의사를 밝혔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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