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론 신당' 승부수 통할까

  • 입력 2005년 11월 2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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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저’란 별명의 아리엘 샤론(사진) 이스라엘 총리. 육군소장 출신의 매파인 그는 과거에도 신당 창당을 주도했던 독불장군 정치인이다. 하지만 의회(크네셋) 해산과 신당 창당이라는 승부수는 그의 정치인생에서 가장 큰 ‘도박’이 될 전망이다.

사실 이번 도박은 샤론 총리로선 어쩔 수 없는 외통수이기도 했다. 연정 파트너였던 노동당이 아미르 페레츠 신임 당수 선출 이후 연정에서 탈퇴한 데다 최근 자신이 지명한 각료내정자의 크네셋 인준이 리쿠드당의 반란표로 실패하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샤론 총리가 리쿠드당에 남았더라도 당수 자리를 유지했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다만 그가 추진해 온 팔레스타인 독립과 가자지구 철수 정책은 계속해서 끊임없는 당내 불협화음을 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도박이 성공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이스라엘 정치사에서 건국 이래 한 차례도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각각 좌우를 대변하는 노동당과 리쿠드당의 양당구조가 뿌리 깊은 정치구조에서 과연 중도 ‘샤론 신당’이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만 현직 총리가 나선 것은 샤론 총리가 처음이라는 점에서 한 가닥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그의 탈당 선언 직후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선 리쿠드당 당원의 26%가 샤론 신당에 투표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리쿠드당 의원 14명이 샤론 총리와 행동을 함께할 전망이다.

어쨌든 리쿠드당으로선 창당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게 됐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출신 블루칼라와 강경 시오니즘 그룹을 대변해 온 리쿠드당은 1977년 첫 집권 후 두 차례 노동당에 잠시 정권을 넘겨준 것을 빼곤 줄곧 여당 자리를 지켜 왔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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