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安門사태 도화선' 후야오방 추모 공식행사

  • 입력 2005년 11월 19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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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야오방(胡耀邦)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탄생 90주년 기념행사가 18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됐다. 중국 당국이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의 도화선이 됐던 후 전 총서기에 대한 공식 기념행사를 연 것은 그의 사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비공개 좌담회 형식으로 열린 기념행사에는 9인 정치국 상무위원 중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쩡칭훙(曾慶紅) 국가부주석, 우관정(吳官正)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만 참석했다.

중국 당국은 당초 후 전 총서기의 탄생일인 20일에 맞춰 2000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날짜도 이틀 앞당기고, 규모도 350명 정도로 줄였다. 당내 반대 의견을 고려하면서, 중국의 민주화를 거론할 것으로 예상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방중 일정(19∼21일)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후 전 총서기에 대한 공식 복권은 톈안먼 사태, 그리고 올해 1월 사망한 자오쯔양(趙紫陽) 전 총서기에 대한 재평가와 맞물린 민감한 사안이다. 자칫하면 중국 현대사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지면서 톈안먼 사태로 반사이익을 본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상하이방(上海幇)과 권력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더구나 지금의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자신의 국정 철학으로 내세우고 있는 ‘인본주의(이인위본·以人爲本)’나 ‘조화사회 건설’은 후 전 총서기의 정치 이상에서 출발한 것이다. 후 전 총서기는 또 지금의 후 주석을 공산주의청년단 제1 서기로 발탁해 최고지도자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준 인물이다.

그런 배경들을 감안할 때 후 주석은 섣불리 금기(禁忌)를 건드리는 정치적 모험을 피하면서도 후 전 총서기의 정치적 자산을 계승하는 한편 과거의 정치 은인(恩人)에게 보은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후야오방은 누구::

후야오방(1915∼1989·사진) 전 총서기는 톈안먼 사태의 도화선이 됐던 인물. 1982년 총서기직에 올라 덩샤오핑(鄧小平)의 후계자로 꼽혔으나 1986년 학생시위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듬해 실각했다. 그가 실각 2년여 만에 사망하자 그의 명예회복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과 시민 시위가 벌어졌고 이를 유혈 진압한 것이 톈안먼 사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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