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계 미국인 20년새 370만→1000만 급증

  • 입력 2005년 11월 17일 03시 07분


뉴욕의 코리아타운미국 뉴욕 맨해튼 32가 코리아타운의 모습. 아시아계 인구의 증가와 함께 미국 사회의 반아시아 정서도 점증하고 있다. 뉴욕=석동률 기자
뉴욕의 코리아타운
미국 뉴욕 맨해튼 32가 코리아타운의 모습. 아시아계 인구의 증가와 함께 미국 사회의 반아시아 정서도 점증하고 있다. 뉴욕=석동률 기자
《미국 뉴저지 주 버건카운티 테나플라이. 교육열 높은 유대인들이 많이 살아 학군이 좋기로 유명한 이곳은 최근 일부 백인 주민이 시의회를 상대로 낸 청원 때문에 한창 시끄럽다. 이들이 교육예산 증액 반대 청원을 내면서 “‘한국 주재원(Korean Jujewon)’ 자녀 유입 때문에 교육예산 지출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일시적으로 거주해 미국 사회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만큼 교육예산을 증액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인을 직접 거명했다.》

미국에서 아시아계 인구가 급증하고 아시아계의 사회적 지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반감 또한 확산되는 추세다. 아시아 출신들이 인종차별적 욕설의 피해자가 되거나 폭행에 시달리는 사례도 잦아지고 있다.

뉴욕 브루클린의 라파예트 고등학교는 올해 6월 미 법무부로부터 아시아계 학생들을 표적으로 하는 폭행 사례를 조속히 해결하라는 ‘경고’를 받았다. 학교에서 중국계 등 아시아 출신 비율이 늘어나면서 이들에 대한 집단따돌림과 폭행 사례가 급증했기 때문.

지난해 3월 뉴욕 퀸스에서는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던 한인 학생 3명이 울분을 참지 못해 흑인 학생들과 패싸움을 벌이다 경찰이 출동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후 보복을 우려해 2주간 결석하기도 했다.

인종 혐오 폭력들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뉴욕시의회는 지난해 학교 내 인종 폭력을 줄이기 위한 특별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인종 차별은 비단 학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8일 뉴저지 주 에디슨 시장으로 어렵게 당선된 한국계 준 최(최준희) 씨도 민주당 예비선거 과정에서 인종 혐오 발언의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 한 라디오 방송국 진행자가 방송 도중 “아시아인이 미국 정치를 좌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

진행자는 그러고도 사과를 거부하다 현대자동차 등 광고주들이 광고 철회 의사를 밝히고 나서자 마지못해 고개를 숙였다.

투표 과정에서도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이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뉴욕에서 아시아계 권익 보호 운동을 펼치고 있는 아시안아메리칸법률교육재단(AALDEF)의 모니터 결과에 따르면 투표소 곳곳에서 영어에 익숙하지 못한 아시아계 유권자들에게 “영어부터 배운 뒤 투표하라”와 같은 모욕적인 발언을 하거나 지나치게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해 투표를 사실상 못하게 하는 일들이 꼬리를 물었다.

아시아계를 향해 ‘칭크(chink)’나 ‘구크(gook)’라는 말을 사용하는 일도 잦다. 원래 중국계를 뜻하는 칭크는 아시아인들을 비하해 가리킬 때 사용된다. 한국어 발음으로 나라를 뜻하는 ‘국(國)’에서 나온 구크라는 말 역시 미국에선 아시아계를 비하할 때 사용된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에서 반(反)아시아 정서가 확산되는 주된 배경으로 아시아 인구의 급증을 꼽고 있다. 미국에서 1980년까지만 해도 370만여 명에 불과하던 아시아계 인구가 2000년에는 1000만여 명으로 급증했다.

한인 변호사로 AALDEF에서 일하고 있는 스티븐 최 씨는 “아시아계 인구가 급증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반아시아 정서가 나타나고 있다”며 “흑인이나 히스패닉계 등 다른 소수 인종이 받는 차별과는 달리 아시아계가 겪는 차별과 불이익은 미국 사회에서 그다지 주목도 받지 못해 더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교육열이 남달리 강한 아시아계가 각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이를 견제하려는 경향도 반아시아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이미지 클릭후 새창으로 뜨는 이미지에 마우스를 올려보세요. 우측하단에 나타나는 를 클릭하시면 크게볼 수 있습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피해 당해도 맞대응 꺼려 폭력 더 기승”▼

“아시아인들은 피해를 보고도 이를 적극적으로 신고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어요. 이를 감안하면 미국에서 아시아계가 실제로 겪는 인종 혐오 폭력 사례는 겉으로 나타나는 것보다 훨씬 많다고 봐야 합니다.”

미국 뉴욕의 아시안아메리칸법률교육재단(AALDEF)에서 아시아계 학생들에 대한 인종 혐오 폭력 문제를 맡고 있는 킨 메이 아웅(사진) 변호사는 15일 “아시아계 인구가 급증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아시아인에 대한 폭행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얀마 출신인 그는 대표적인 예로 최근 아시아계 학생들에 대한 폭력이 문제가 됐던 라파예트 고교가 있는 뉴욕 브루클린을 꼽았다.

브루클린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아시아계의 유입이 크게 늘어나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에서 10%로 급증했다. 그러다 보니 기존 주민들 사이에서는 아시아인들에 대해 배타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

그는 “미국에서 반아시아 정서가 수그러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무엇보다 미국 주류 사회가 최근 갑자기 많아진 아시아계에 대해 익숙해진 뒤에야 제대로 된 통합 과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