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의사 탈출사태…인구 10만명당 6명 불과

  • 입력 2005년 10월 29일 03시 06분


코멘트
‘인구 10만 명당 의사 220명 이상 vs 6명.’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들과 아프리카 서부의 가난한 나라인 가나의 의료실태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숫자다. ‘닥터 엑소더스’라고 할 만한 이런 의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가난한 나라의 의사들이 부유한 나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신문은 의학전문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들 선진 4개국 의사의 4분의 1이 외국 출신이며, 그 결과 가난한 나라들의 공중보건 체계가 무참히 무너지고 있다고 전했다.

의사의 대탈출은 특히 아프리카와 카리브 해 연안 국가들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가나 보건부 아그예멘 아코사 사무국장은 “의사가 한 명도 없는 병원이 9개나 되고, 인구 8만∼12만 명인 곳에 의사가 단 한명뿐인 병원도 20여 곳이나 된다”고 밝혔다.

가나 의사의 30%는 이들 4개 선진국으로 빠져나간다. 다른 빈국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자메이카는 의사의 41%, 아이티는 35%, 에티오피아는 14%, 우간다는 19%를 선진국들에 빼앗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빠져나가는 의사들은 모두 최우수 인력들이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부자나라들의 소리 없는 인력 절도”이며 “선진국들은 자국에서 일하는 의사들을 더 많이 양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만 봐도 1년차 인턴의의 자리가 2만2000개인 데 비해 의학대학 졸업생은 한 해 1만7000명밖에 안 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조류독감이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의 사례에서 보듯이 가난한 나라의 보건체계 붕괴는 선진국에도 커다란 위협이 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선진국들이 앞으로 이런 잘못된 상황에 눈을 감아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