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벙커버스터 개발 포기하나…내년 관련예산 삭제

  • 입력 2005년 10월 27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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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그동안 거센 논란을 일으켜 온 고강도 지하목표물 파괴용 전술핵무기(일명 ‘벙커버스터’)에 대한 연구를 포기하는 대신 재래식 무기를 이용해 유사한 무기를 개발하기로 했다고 AP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에너지부 예산안 감독 소위원회 의장인 피트 도메니치(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에너지부의 2006 회계연도 예산안 중 벙커버스터 관련 예산이 삭제됐다고 밝혔다. 미 행정부 관계자도 “벙커버스터 개발 예산이 삭제됨에 따라 이제 국방부와 함께 재래식 무기를 이용한 지하 관통 무기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벙커버스터는 지하에 감춰진 대량살상무기(WMD) 공격을 위해 땅속 깊숙이 파고들어 가 목표물을 파괴하는 전술핵무기. 부시 행정부는 출범 이래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 등을 통해 선제공격론에 기반을 둔 새로운 핵 정책을 수립하면서 벙커버스터 개발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 정책은 국내외에서 세계적 핵무기 비확산 체제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비난을 받아 왔다.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당) 상원의원은 “벙커버스터는 다른 국가들에 핵 경쟁을 부추기고 차세대 핵무기 개발이 시작됐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특히 이번 결정은 미 행정부가 그동안 과감하게 추진해 온 새로운 핵 정책에 제동을 거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국방부는 최근 선제공격용 전술핵무기 개발을 핵심 내용으로 한 새로운 ‘핵 독트린’ 초안을 공개한 바 있어 최종 발표에선 내용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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