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 유배지 세인트헬레나 개발 논란

  • 입력 2005년 10월 24일 03시 06분


코멘트
대서양 한복판의 영국령 세인트헬레나 섬.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이 1921년 6년 동안의 유배 생활 끝에 최후를 맞은 작은 외딴섬이다.

‘고립(isolation)’의 대명사로 흔히 일컬어지는 이 섬을 최근 영국 정부가 최고급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결정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20일 보도했다. 세인트헬레나의 풍부한 희귀 동식물을 파괴하고 역사적인 유적들을 훼손할 것이라는 환경론자와 역사학자들의 거센 반대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 1900km, 미국 대륙에서 2900km 떨어진 면적 150km²의 화산섬인 이곳은 1502년 포르투갈 선원들에 의해 처음 발견됐고 17세기에 영국 소유가 됐다. 이 섬에 가는 방법은 케이프타운에서 출발하는 영국의 마지막 남은 우편선 ‘RMS 세인트헬레나’호를 타는 게 유일하다. 이 우편선은 한 달에 단 한 차례만 운행한다.

따라서 연방 및 지방정부는 이곳에 국제공항 규모의 활주로가 2010년까지 깔리고 최고급 호텔과 골프장까지 건설될 경우 엄청난 수익을 낳는 최고의 관광지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이곳의 풍부한 동식물군과 역사 유적의 파괴를 우려하고 있다.

세인트헬레나는 희귀 동식물의 보고인 데다 멸종 위기 식물도 남아 있어 많은 식물학자와 조류학자들의 연구 장소이기도 하다. 나아가 중심 도시인 제임스타운에 남은 별장과 요새, 각종 건물은 18세기 영국 식민지 정착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준다.

마틴 드러리 전 내셔널트러스트 사무총장은 “이곳은 주위의 흙을 약간만 긁어내면 옛날 병사들의 단추를 발견할 수도 있는 곳”이라며 “개발은 한마디로 미친 짓”이라고 주장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