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장 선거전 힐러리는 어디에? 지원연설 의도적 회피

  • 입력 2005년 10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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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페르난도 페레어 미국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의 브롱크스 유세장.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초 시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페레어 후보 지지 연설을 시작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밖에선 들리지 않았다. 연설 직전 행사를 좀 더 극적으로 만들기를 원했던 페레어 후보 운동원들과 이에 반대한 클린턴 전 대통령 보좌관이 마찰을 빚는 과정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 측이 행사장의 마이크를 꺼버렸기 때문.

뿐만 아니다. 뉴욕 주를 대표하는 힐러리 클린턴(사진) 상원의원은 페레어 후보 지원 유세를 아직까지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페레어 후보에 대한 클린턴 부부의 거리 두기는 힐러리 의원의 2008년 대권 구도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게 미국 언론의 분석이다. 현 시장인 마이클 블룸버그 공화당 후보에게 크게 뒤지고 있는 페레어 후보를 적극 지원했다가 패하면 힐러리 의원 역시 이미지 손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2008년 대선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힐러리 의원이 페레어 후보를 지지했다가 블룸버그 시장과 갈등을 빚게 되는 상황을 피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일급 참모 출신인 딕 모리스 씨는 최근 힐러리 의원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대결을 소재로 하는 ‘콘디 대(對) 힐러리’라는 책에서 “힐러리 의원의 모든 행보는 철저히 2008년 대선에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 클린턴 인맥들이 총동원돼 2008년 대선을 앞두고 중도 성향의 ‘힐러리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 대표적인 리버럴(진보파)로 분류되는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나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하워드 딘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과 함께 사진 찍는 것조차 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

이와 함께 워싱턴을 방문한 외국 고위 인사들과 면담해 그녀에게 부족한 외교 분야 경력을 쌓게 하거나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것도 2008년 대선용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메리스트대 여론연구소가 최근 뉴욕 시의 WNBC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힐러리 의원이 2008년 대선에서 라이스 장관과 맞붙을 경우 50 대 41로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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