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는 ‘부시의 친구들’…경력보다는 친분위주로 기용

  • 입력 2005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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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통령이 대학 동창 금융인, 정치 자금 모금책, 정치 헌금을 낸 자동차 판매상에게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대사 자리를 나눠 줬다면? 아마도 주요 대사직을 돈을 받고 팔아넘겼다는 ‘엽관(獵官) 인사’ 혹은 ‘낙하산 인사’를 했다는 거센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적어도 미국에서는 이런 비판이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워싱턴포스트는 17일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현 행정부의 주요국 대사에 임명된 ‘대통령의 친구들’ 명단을 실었다. 그런데 부시 행정부에서 대사 자리 값이 올랐다는 지적만 있을 뿐 “국익을 해친다”는 비판은 아예 없었다. 단지 클린턴 전 행정부에서 보이던 ‘경력 고려’ 흔적이 부시 행정부에서는 친분 위주의 인사에 가려 눈에 덜 띄었다는 해석만 있었다.

신문은 두 행정부의 캐나다 대사 자리를 놓고 비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의회 보좌관 출신 변호사인 고든 기핀 씨를 임명했다. 캐나다의 양대 도시인 토론토와 몬트리올에서 성장한 그가 낸 기부금은 비교적 ‘소액’에 해당하는 4150달러(약 415만 원). 부시 대통령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하원의장 출신인 데이비드 윌킨 씨를 임명했다. 그는 2000년 대선 당시 부시 후보가 대세를 장악할 수 있었던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의 승리를 안겨 준 인물이다. “다만 그는 평생 캐나다 접경지대의 나이아가라 폭포 이외에는 캐나다 땅을 밟아 본 적이 없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또 단순한 정치 자금 기부자 외에도 부시 대통령은 예일대 친구(중국 대사), 야구단 공동경영주(일본 대사), 먼 친척(프랑스 대사)을 외교 현장으로 내보냈다. 반면 클린턴 전 대통령은 선거에 떨어진 전직 상하원 의원 및 주지사에게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이탈리아 인도 대사 자리를 맡기는 ‘의회 중시’ 스타일이었다.

미국 행정부 주요국 대사의 정당 기부금 비교 (단위: 달러)

클린턴 행정부(2기)대사의 민주당 기부금액 (1991∼96년 기준)부시 행정부(2기)대사의공화당 기부금액(1999∼2004년)
영국400016만8725
캐나다41503만3050
중국50002만9200
프랑스76만800012만1000
독일046만1995
인도255023만5551
이탈리아100069만7807
일본91866000
멕시코03000
러시아00
사우디50009500
스페인3만27502850
총계83만1636176만8678
자료: 워싱턴포스트. 기부금액이 없는 대사는 직업 외교관.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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