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대통령의 ‘두뇌’ 칼 로브, 위증혐의 결국 법정서나

  • 입력 2005년 10월 17일 03시 10분


칼 로브 비서실 차장
칼 로브 비서실 차장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두뇌’로 불리는 칼 로브 백악관 정치고문 겸 비서실 차장과 딕 체니 부통령의 루이스 리비 비서실장의 운명이 위태위태하다.

로브 차장은 미 중앙정보국(CIA) 비밀 요원 신분 누설 사건인 ‘리크게이트’와 관련해 연방 대배심에 14일 4번째로 소환돼 증언했다. 부시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그가 대배심 조사결과 기소될 경우 백악관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리비 실장을 만났던 주디스 밀러 기자의 노트북에 문제의 비밀요원인 ‘발레리 플레임’이라는 이름이 기록돼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로브 차장의 대배심 증언=로브 차장은 14일 대배심에서 4시간 반에 걸쳐 2003년 7월 CIA 비밀요원에 관해 기자들과 나눈 대화를 충분히 설명하도록 압력을 받았다.


로브 차장의 증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는 15일 배심원들이 로브 차장의 과거 세 차례 증언과 시사주간지 타임의 매튜 쿠퍼 기자 등의 증언 사이에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로브 차장은 쿠퍼 기자와 대화하면서 플레임 씨를 거명하지 않거나 그의 비밀 신분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대화의 목적이 사회보장제도 개혁에 관한 것이었다고 주장해 왔다.

쿠퍼 기자는 사회보장제도 개혁에 관해 대화한 기억이 없다고 엇갈린 진술을 하고 있다.

▽리비 실장 관련 새로운 의혹=뉴욕타임스는 16일 대배심 증언 거부로 85일 동안 구속됐던 자사(自社) 밀러 기자의 대배심 증언 내용을 보도했다.

밀러 기자는 2003년 7월 8일 리비 실장과의 대화 내용을 기록한 자신의 노트북에 조지프 윌슨 전 이라크 주재 미 대사의 부인인 CIA 비밀요원 발레리 플레임의 이름이 적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리비 실장이 윌슨 전 대사의 부인이 CIA에서 비재래식 무기를 다뤘을지 모른다고 말했을 뿐 그의 이름을 말하거나 그가 비밀요원이라고 말했다는 기록은 없다고 주장해 의문을 남겼다.

그는 윌슨 전 대사의 부인이 CIA 비밀요원이라는 정보를 준 사람이 누구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전망=지난 22개월 동안 리크게이트를 수사해 온 패트릭 피츠제럴드 특별검사는 28일 이전에 수사를 종결할 예정이다.

이 사건 관련 변호인들은 피츠제럴드 검사가 부시 대통령을 비판한 윌슨 전 대사의 신뢰를 떨어뜨리기 위해 행정부 내에 ‘공모’가 있었는지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비밀요원의 신분 누설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무혐의 처리하거나 위증이나 사법방해 혐의로 관련자들을 기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로브 차장은 부시 대통령, 체니 부통령,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 조슈아 볼턴 관리예산국(OMB·백악관 직속) 국장과 함께 백악관 내의 주요 결정을 막후에서 조율하는 멤버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로브 차장이 기소되면 수렁 속의 이라크전쟁과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등의 악재가 겹쳐 지지율이 40% 안팎으로 떨어진 부시 대통령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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