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5년 10월 10일 03시 0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열심히 일한다고 죽지는 않는다.”
중국인들이 즐겨 입에 올리는 표현. 이 말에서 보듯 더 나은 삶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중국인들의 근로 의욕은 최근 10여 년 동안 연 9∼10%라는 경이적인 경제성장률을 일구어 냈다.
그러나 엘리트 중국인들은 이제 이 말을 되새겨 보기 시작했다. 30, 40대의 젊은 나이에 성공 신화를 만들어 낸 ‘보통 사람들의 우상’이 최근 잇따라 쓰러져 삶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9일 최근 두 달 새 유명인의 급사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면서 특히 도시 전문직업인들에게 ‘바람직한 삶’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8월 18일 인기 희극 여배우로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아 온 가오슈민(高秀敏·46) 씨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등졌다. 12일 뒤에는 각종 연기상을 휩쓸면서 인기와 연기력을 동시에 인정받아 온 배우 푸뱌오(傅彪·40) 씨가 간암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9월 18일에는 중국의 인터넷업체를 선도해 온 검색엔진 왕이(網易·Netease)의 설립자이자 청년 재벌로 꼽혀 온 테드 쑨(37) 씨가 숨졌다.
일반인의 우상이 돼 온 30, 40대 전문인들의 잇단 사망은 이 신문이 소개한 3건에 그치지 않는다. 스타 웹 에디터로 유명세를 타 온 다유닷컴(Dayoo.com)의 왕젠펑(王建峰·28) 씨와 중국 최초의 개인전세기 항공사를 설립한 왕쥔야오(王均瑤·38) 쥔야오그룹 회장이 지난해 숨졌다.
학계에서는 올해 들어 중국 사회과학원의 샤오량중(蕭亮中·32) 교수와 허융(何勇·36) 저장(浙江)대 수학과 교수가 세상을 떠났다. 지난달에는 중국 과학계의 선두주자로 꼽혀 온 물리학자와 유기화학자가 각각 36세, 26세의 나이에 학문적 성과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최근 베이징(北京) 푸퉁(普通)대와 경찰이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성과의 중압’에 따른 전문직업인들의 사망 위험이 상상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료, 교육, 언론, 금융, 정부기관 등에 종사하는 전문인력 중 40% 정도가 과로사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분석이다.
이 신문은 여성 증권브로커인 장란(張蘭·30) 씨의 말을 소개하며 이들 전문직업인들의 처지를 설명했다. “테드 쑨 씨가 사망했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나도 언제든지 갑자기 사망할 수 있겠구나…. 우리 나이에는 잠을 덜 자고 일을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죠. 그렇지만 삶의 질과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사실은 미처 깨닫지 못하기 일쑤예요.”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