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 소리에 정신없이 뛰었다”…발리테러 부상 4명 귀국

  • 입력 2005년 10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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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발리 폭탄테러 피해자인 백순남 신은정 정성애 씨(왼쪽부터)가 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인천=강병기 기자
인도네시아 발리 폭탄테러 피해자인 백순남 신은정 정성애 씨(왼쪽부터)가 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인천=강병기 기자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하는데 첫 폭발음이 들렸지만 그저 폭죽소리인 줄 알았어요. 고막이 찢어질 듯한 폭발음을 듣고서야 모두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인도네시아 휴양지 발리의 연쇄 폭탄 테러 현장에 있었던 백순남(30·여) 씨가 3일 부상한 3명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사고 당시의 긴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백 씨는 폭탄 파편으로 다리에 찰과상을 입었지만 경미한 편이다.

그는 “바닷가재를 먹고 있는데 멀리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자 식당에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며 “자리를 떠야 할지 고민하던 중 엄청난 폭발음이 곧바로 터졌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영화 장면처럼 사람들이 움직이는데 소리는 들리지 않고 연기만 자욱한 아비규환의 상황이었다”며 “아무런 생각 없이 친구(정진희 씨)의 손을 잡고 폭발음이 난 반대편으로 무작정 뛰었다”고 덧붙였다.

백 씨와 정 씨는 정신없이 뛰쳐나가다가 넘어졌고 거리에서 구급차를 한참 기다리다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정 씨는 백 씨보다 부상 정도가 심해 이날 간이침대형 휠체어에 탄 채 여객기에서 내렸다.

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던 신은정(28·여) 씨도 오른쪽 눈가에 파편이 박혀 현지 병원에서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는 “2번째 폭발음이 나면서 파편이 눈가로 튀었고 바로 앞으로 엎어졌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같은 식당에 있었던 정성애(31·여) 씨도 “2번째 폭발이 일어나자 사람들이 뛰어서 달아났다”고 말했다.

이날 도착한 4명은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곧바로 앰뷸런스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과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됐다.

한편 이번 테러가 예측 가능한 사고가 아니었던 만큼 피해자들이 국가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것이 변호사들의 설명.

테러가 예상돼 대한민국 정부가 여행을 자제해 달라고 미리 당부했다면 여행객의 관광을 적극적으로 막지 못한 국가의 책임을 물을 수 있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테러 뒤 한국대사관이 피해자 치료 등 대책 마련을 소홀히 했다면 모를까 테러 자체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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