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 지도부 비리 ‘설상가상’

  • 입력 2005년 9월 30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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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의 장기화와 허리케인 카트리나 부실 대처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지지도가 최악인 상황에서 공화당의 상하 양원 원내대표도 위기를 맞았다.

빌 프리스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내부 정보를 이용한 주식 매각 의혹을 받고 있는 데 이어 톰 딜레이 하원 원내대표가 28일 기업의 정치 헌금을 불법 배분한 혐의로 기소됐다.

언론은 부패 문제가 내년 11월 중간선거의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며 이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지 않으면 공화당은 상당히 불리한 선거전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딜레이 대표의 혐의=텍사스 주 출신의 11선 의원인 딜레이 대표는 2002년 텍사스 주의회 선거 때 자신의 정치활동위원회(PAC)에 기부된 기업 헌금을 자신이 지원하는 공화당 후보들에게 나눠 준 혐의로 측근 2명과 함께 기소됐다.

딜레이 대표는 2002년 9월 자신의 PAC에 기부된 기업 헌금 19만 달러를 공화당 전국위원회를 거쳐 7명의 주 하원의원 후보에게 기부하는 방법으로 기업헌금을 주 선거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텍사스를 포함한 17개 주에서 기업헌금을 주 선거에 사용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형사상 공모 혐의가 확정되면 단기 6개월에서 장기 2년형을 선고받거나 최대 1만 달러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딜레이 대표는 이날 공화당 원내 규정에 따라 대표직에서 물러났으며 로이 블런트 의원이 원내대표 대행으로 선출됐다.

딜레이 대표는 기자회견을 갖고 로니 얼 검사가 정치적 목적으로 자신을 기소했다고 비난했다. 얼 검사는 “내 직업은 중범죄자들을 기소하는 것이며 나는 직무를 수행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프리스트 대표의 비리 의혹=2008년 대통령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혀 온 프리스트 대표는 신탁에 백지 위임한 자신의 가족 소유 병원 체인인 HCA 주식을 전량 매각한 것과 관련해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의 조사를 받게 됐다.

병원이 매각된 뒤 경영실적 악화가 공개됐고 이에 따라 주가가 지난 2년간 최대 폭인 9%나 떨어졌기 때문에 프리스트 대표가 내부 정보를 통해 경영실적 악화를 미리 알고 주식을 매각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프리스트 대표는 “경영실적이 발표되기 약 3개월 전에 주식 처분 의사를 신탁에 통보했다”며 “의료보장 입법에 관여하는 관계로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어서 주식을 매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화당은 프리스트 대표의 해명을 들은 뒤 “문제가 없다”고 당론을 정했고 민주당도 “조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신중한 입장이어서 당장 정치 쟁점화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사태 진전을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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