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과의 전쟁’ 나선 울포위츠 총재 “미국이 큰부담 져야”

  • 입력 2005년 9월 26일 03시 06분


미국 국방부 부장관 시절 이라크전쟁을 기획 실행한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가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면서 조지 W 부시 행정부 내의 옛 동료들에게 심통(心痛·heartburn)을 안겨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그의 새로운 전쟁, 즉 ‘빈곤과의 전쟁’ 때문이다. 취임 3개월 만에 빈국들의 옹호자로 변신한 울포위츠 총재가 최빈국 부채 탕감 계획을 놓고 부시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생색만 내고 비용 부담은 피하려 한다”고 경고하는 네덜란드 등 비판 진영의 편을 들면서….

그는 심지어 미국을 계속 비판해 온 시민단체들과의 연대도 마다하지 않았다. 옥스팜의 정책자문 맥스 로손 씨는 “울포위츠 총재는 2000년 세계 각국 정상들이 빈곤 퇴치 등을 위해 발표한 유엔 밀레니엄 계획의 모든 목표에 헌신적인 것 같다”며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울포위츠 총재가 “너무 야심적인 것 같다”며 우려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외부에서 이식(移植)할 수 있다는 그의 신념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는 것. 윌리엄 이스털리 전 세계은행 정책국장은 “군사 개입이나 세계은행을 통해 민주주의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완전히 어리석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울포위츠 총재는 취임 후 아프리카 빈곤 국가들을 방문하는 등 아프리카에 특별한 관심을 표명해 왔다. 그렇다고 그가 이라크를 잊은 것도 아니다. 그는 2년 전 철수했던 세계은행 직원들을 다시 이라크에 파견할 계획이다.

하지만 빈곤 국가 원조 확대를 주장하는 이들에겐 그의 이라크전쟁 전력이나 미래 비전보다는 부시 대통령과의 가까운 관계가 더욱 중요하다고 뉴욕타임스는 덧붙였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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