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유엔연설은 내 생애 최악” 연설 한달뒤 이라크 침공

  • 입력 2005년 8월 2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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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2월,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유엔 연설은 한 달여 뒤 미국이 이라크 공격으로 내닫는 분수령이자 서막이었다. 파월 장관은 당시 슬라이드까지 동원해 가며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고, 유엔은 그 직후 이라크 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파월 장관의 보좌관(2002∼2005년)을 지낸 로렌스 윌커슨 대령은 “그 연설은 백악관이 제공한 엉터리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차라리 내가 관여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걸…. 그때 내 인생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고 털어놓았다.

CNN은 21일 밤 3시간에 걸쳐 방송할 다큐멘터리 ‘완전히 엉터리였다(Dead Wrong)’에서 윌커슨 대령의 고백을 생생하게 담아낼 계획이다.

CNN이 사전에 공개한 윌커슨 대령의 증언에 따르면 ‘이라크가 WMD를 개발했다’는 엉터리 정보는 백악관이 제공했다. 파월 장관은 한 뭉치의 정보를 받아들고는 “중국집 메뉴 같다. 필요한 것을 골라 먹어야 하니까”라고 되뇌었다.

이 문제를 두고 4일 밤낮을 고민한 파월 장관은 2월 5일 유엔 연설을 앞두고는 중앙정보국(CIA) 회의실에서 전날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오류를 하나라도 줄이기 위해서였다. 조지 테닛 CIA 국장도 함께했다. 당시 이 현장을 지켜본 윌커슨 대령은 “정보의 상당수가 출처가 불명확했다(unsourced)”고 말했다.

연설 당일 파월 장관은 “후세인 대통령이 트럭에 이동용 화학무기 연구실을 갖췄다”고 목청을 높였다.

3월 전쟁이 시작됐다. 그러나 현장사찰단장은 그해 여름 테닛 국장에게 e메일을 통해 “WMD 정보가 틀렸다”고 보고했다. 테닛 국장은 파월 장관에게 3, 4차례 전화를 걸어 “참으로 미안하다”고 했다. 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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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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