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각료 야스쿠니 참배… ‘뻔뻔한’ 패전 60주년

  • 입력 2005년 8월 15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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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종전 60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둔 14일 일본의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경제산업상과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전 총리가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했다.

또 일본 외무성은 종전 60주년을 맞아 발표한 ‘역사문제 견해’에서 “전후 배상은 해당 국가와의 협의 아래 일괄 처리된 만큼 개인 청구권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가 더는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전쟁이 일본의 패전으로 끝난 지 60년이 지났지만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익 성향의 나카가와 경제산업상은 이날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전부터 8월 15일에 참배하려고 생각했지만 15일엔 각료 회의가 있어서 오늘 왔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이 참배의 성격에 대해 묻자 “나는 현직 각료”라고 답해 공적 참배임을 분명히 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15일엔 참배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지만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환경상과 오쓰지 히데히사(尾십秀久) 후생노동상이 참배를 공언하는 등 15일에도 현직 각료와 국회의원들의 참배가 이어질 전망이다.

일본 외무성은 10개 항목에 걸쳐 질의응답 식으로 홈페이지에 올린 견해에서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관련해 ‘다시는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참배하는 것’이라는 고이즈미 총리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과거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정당화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강변했다.

전후 배상에 대해서는 “관계국가와 협의해 일괄 처리했고, 이는 당시 국제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수용됐던 방식”이라며 일본군 위안부의 배상문제도 이미 법적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외무성은 “독일은 일본과 달리 동서로 분단돼 있어 국가배상 대신 개인보상 형식을 취하게 됐다”며 독일과 일본의 전후 처리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고이즈미 총리는 15일 과거사에 대해 반성의 뜻을 밝히는 담화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사과 내용은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발표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14일자 사설에서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 지도층의 무책임한 조기항복 거부로 원폭투하 등을 자초해 200여만 명의 무고한 인명이 희생됐다”며 당시 확전을 주도한 지도층의 책임을 따졌다. 이 신문은 “1945년 2월 당시 총리가 ‘패전은 확실하다’며 천황에게 전쟁을 끝낼 것을 제안했지만 지도층은 결단하지 않았다”며 “적어도 이때 끝냈으면 도쿄 대공습과 원폭투하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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