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위기 넘겼다…우체국 민영화법 가까스로 통과

  • 입력 2005년 7월 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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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이 내정 개혁의 핵심 과제로 추진한 우정(郵政) 민영화 관련법안이 야당과 집권 자민당 내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5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고이즈미 총리는 “법안이 부결되면 의회를 해산해 총선거를 실시할 것”이라며 법안 처리를 자신에 대한 재신임으로 간주해 온 터라 이번 통과로 내년 9월까지인 임기를 마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은 자민당의 상당수 의원들이 기권하거나 반대표를 던진 점을 들어 임기 후반을 맞은 고이즈미 정권이 레임덕에 빠질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일본 중의원은 5일 본회의를 열고 정부 여당이 제출한 우정 민영화 관련법안을 찬성 233표, 반대 228표의 5표 차로 통과시켰다.

기명투표 방식으로 실시된 표결에서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전원 찬성한 반면 당론 조율에 실패한 자민당에서는 와다누키 다미스케(綿貫民輔) 전 중의원 의장,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전 정조회장 등 실력자들을 포함해 37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정부 부처의 부대신과 정무관으로 참여 중인 의원 중에서도 4명이 사표를 내고 민영화 반대에 가담했다. 표결에 불참한 14명을 합하면 51명의 의원이 당론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것.

우정 민영화 표결 결과
찬성 233반대 228 기권 16
자민당 199
공명당 34
(전원 찬성)
자민당 37
(반란표)
민주당 175
공산당 9
사민당 6
무소속 1
자민당 14
(당론 위배)
민주당 1
무소속 1

마이니치신문은 “자민당 집행부가 총력 설득에 나섰는데도 박빙의 차로 통과돼 고이즈미 정권의 구심력이 떨어지고 정권 기반이 약해질 것이 확실시된다”며 “참의원은 여야 의석 차가 중의원보다 적어 최종 통과를 낙관하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민당 집행부는 우정 민영화 찬성을 당론으로 정하고 여기에 따르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 공천을 주지 않겠다며 표 단속에 나섰다. 당초 반란표가 많아야 20표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던 집행부는 표결 결과에 당혹해 하는 표정이 역력한 반면 반대세력은 법안 통과에도 불구하고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정 민영화는 일본 최대의 금융기관인 우체국을 창구 네트워크, 우편, 저금, 보험 등 4개 분야로 나눠 2017년까지 민간에 매각하는 정책. 비대해진 공공부문의 기능을 민간에 넘겨 재정 부담을 줄이고 시중자금 흐름을 원활히 한다는 취지로 시도됐지만 우체국 축소에 따른 불편 등을 이유로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해 9월 2차 내각을 발족시키면서 ‘우정 민영화 내각’이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우정 민영화에 집착해 왔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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