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王‘4분 슬쩍 추모’…사이판 韓위령탑 방문 묵념만

  • 입력 2005년 6월 29일 0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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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토 일왕 부처가 28일 방문한 미국령 사이판의 ‘태평양 한국인 위령 평화탑’. 이 탑은 해외희생자동포추념사업회(회장 이용택)가 1981년 건립했다. 사이판=연합
아키히토 일왕 부처가 28일 방문한 미국령 사이판의 ‘태평양 한국인 위령 평화탑’. 이 탑은 해외희생자동포추념사업회(회장 이용택)가 1981년 건립했다. 사이판=연합
제2차 세계대전 전몰자를 추모하기 위해 사이판을 방문 중인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28일 당초 일정에 들어 있지 않던 한국인 위령탑을 ‘깜짝 방문’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일왕 부처는 일본인 전몰자 위령 일정을 마친 뒤 차를 타고 숙소인 호텔로 향하던 중 ‘태평양 한국인 위령 평화탑’과 오키나와 출신 희생자를 위한 ‘오키나와의 탑’에 들러 추모의 뜻을 표했다.

이에 앞서 사이판 거주 한인대표들은 27일 기자회견을 갖고 일왕이 한국인 희생자에게도 추모의 뜻을 표할 것을 요구했다.

궁내청은 28일 “두 탑에 대한 위령 방문은 전날에야 최종 확정됐다”며 “당초 방문을 검토했으나 사전에 공개하면 상황이 복잡해질 것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김승백(44) 사이판 한인회장은 28일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일왕의 한국인 위령탑 방문 직전 사이판 주재 일본영사관으로부터 방문 사실을 연락받았다”면서 “일왕의 결정이 매우 전격적으로 이뤄져 영사관 측은 물론 이곳에 모인 일본인 기자들도 ‘매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일왕은 한국인 위령탑에서 4분 정도 머물며 헌화나 별다른 추모사 없이 간단한 묵념만 올리고 주변을 돌아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28일자 석간신문들은 일왕 부처의 사이판 위령방문을 사진과 함께 보도했지만 한국인 위령탑 방문에 대해서는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은 현지 주민들의 반응에 대해 “전쟁 때 치른 희생의 아픔이 아직 치유되지 않아 일본에 대한 생각이 복잡하다”고 전했다.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양순임 회장은 “일왕이 어떤 자세로 평화탑을 방문했는지 모르겠다”면서 “그가 진심으로 속죄한다면 (평화탑 방문을 넘어서서) 한국인 전쟁희생자들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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