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페인어 뜬다… 유럽선 제2외국어로 각광

  • 입력 2005년 6월 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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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무적함대’가 500여 년 만에 공세를 재개했다. 이번엔 해군력이 아니라 언어를 앞세운 진격이다.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스페인어 학습 열기가 달아오르는 등 스페인어의 약진으로 영어의 우월적 지위가 도전받고 있다고 DPA통신이 5일 보도했다.

세계 3억5000만 명이 사용하고 있는 스페인어는 중국어, 영어에 이어 사용 인구로는 세계 3위. 미국에서도 4000만 명이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2050년이 되면 그 수가 미국인의 4분의 1(약 7400만 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에서도 2300만 명이 스페인어를 제2 외국어로 사용하는 등 유럽 전역에서 스페인어의 수요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고 스페인의 세르반테스 연구소는 밝혔다.

그 같은 확산의 이유는 정치 경제적 유용성 때문. 빠르게 성장하는 라틴아메리카 시장에 접근하는 데 스페인어는 필수이며 히스패닉이 날로 세를 확산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 미국 사회에서는 히스패닉 종업원들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사장들도 스페인어를 배우며, 히스패닉의 표심을 잡기 위해 정치인들도 스페인어로 연설할 정도다. 언어 자체도 경쟁력이 있다. 비교적 배우기 쉽고, 발음이 분명하며 소리 나는 대로 쓰는 ‘실용적인 언어’라는 것.

하지만 ‘세계어’가 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많다. 최대 약점은 스페인어 사용자의 90%가 라틴아메리카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학술서적과 인터넷 공간에서도 스페인어를 찾기 힘들다.

또 새로 스페인어를 배우는 사람이 느는 한편 영어로 ‘개종’하는 히스패닉 역시 늘고 있다.

미국 허드슨 연구소의 제임스 베넷 연구원은 저서 ‘앵글로스피어(Anglosphere·영어권)의 도전’에서 “정보혁명이라는 급격한 변화 속에서 결국 21세기에는 앵글로스피어가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페인어가 영어에 도전한다고 해도 정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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