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특수’ 美군수업체들 돈방석…9·11후 전례없는 호황

  • 입력 2005년 5월 13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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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11테러. 세계 증시가 폭락했고, 그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1.1%로 2000년(4.3%)에 비해 3% 이상 추락하며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비 오는 날 우산 장수는 돈을 벌기 마련. ‘전쟁을 먹고 사는’ 군수업체는 오히려 테러 특수를 누렸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 “1990년대 초 미소 냉전이 끝나면서 침체를 거듭하던 군수업체들이 9·11테러를 계기로 호황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테러 특수=미국 최대 방위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의 지난해 매출액은 355억 달러. 2001년에 비해 115억 달러나 급증했다. 이익도 크게 늘어 2000년 말 보유 현금이 4억5500만 달러였지만, 지금은 27억 달러나 된다.

미국 2위의 군수업체인 보잉은 사업 구조상 상업용 항공기 판매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하지만 군수산업 호황 덕분에 덩달아 매출과 이익이 늘고 있다. 현재 보잉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65억 달러 정도.

노스롭 그루먼, 제너럴 다이내믹스 등 군수업체들도 현금 방석에 앉아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미국의 대형 군수업체들이 쌓아두고 있는 현금은 250억∼300억 달러로 추산된다.

NYT는 “9·11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전쟁을 수행하고 미국 본토 안보를 지키기 위해 미 국방부의 군수물자 발주량이 급증했다”며 “거기에 관련 업체들이 잇달아 통폐합하면서 군수업체는 전례 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생각지도 못한 고민=그러나 군수업체들의 이익은 국민의 세금에서 나온 것. 정치권과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는 군수업체들에 국방 분야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라고 주문하고 있다.

정치권도 견제에 나섰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당)은 미래형 전투시스템(1000억 달러 규모) 도입과 C-130 수송기(40억 달러 규모) 사업의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피에르 차오 연구원은 “모든 사람이 군수업체들의 현금을 지켜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군수업체들의 주주들은 다른 일반기업 주주들처럼 이익배당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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