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랜드연구소 ‘떠오르는 中…한국과학 기술 전략’ 보고서

  • 입력 2005년 5월 6일 0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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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의 경제관계가 현재의 상호보완 관계에서 곧 경쟁 관계로 접어들 것이라는 미국 연구소의 보고서가 나왔다. 중국의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이 치열하게 경합하는 정보기술(IT) 분야 기술경쟁에도 조만간 중국이 합류할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원부자재의 38.5%를 한국에서 수입하고 있지만 점차 중국에서 직접 조달할 가능성이 높아 한국의 대중(對中)수출도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 가운데 하나인 랜드(RAND)연구소는 한국 과학기술부의 의뢰로 작성한 ‘떠오르는 중국시대에 한국의 과학기술 전략’이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중국 과학자, 한국의 5배=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현재 연구개발(R&D)에만 전념하는 중국의 과학자 및 엔지니어 수는 74만2000명으로 미국 다음이며 한국(14만1000명)보다 5배 이상 많다. 중국의 과학자 및 엔지니어는 매년 4%씩 늘어나 인구증가율(0.77%)보다 훨씬 빠르다.

한 국가의 기초과학 역량을 평가하는 지수인 과학기술논문색인(SCI)평가에서도 중국은 9위로 16위인 한국을 크게 앞지른다.

보고서를 작성한 스티븐 포퍼와 성소미 책임연구원은 “기초과학연구 투자비는 달러 금액으로는 한국이 많지만, 양국의 물가나 인건비 차이를 감안한 구매력평가지수로 조정하면 중국이 한국보다 1.3배 투자해 2배 이상의 높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R&D 투자비용도 구매력평가지수로 조정하면 중국이 한국보다 3배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투자에 힘입어 중국의 첨단제품 수출은 매년 30%씩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수출에서 첨단제품의 비중은 현재 20.8%에 이른다.

반면 한국은 민간기업의 R&D 투자가 중국보다 많고 특허등록 건수에서 중국을 앞서는 것으로 평가됐다.

▽눈여겨볼 중국의 국가혁신시스템=랜드연구소는 중국 과학기술 성장의 비결로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의 기술이전과 정부의 국가혁신시스템 구축을 꼽았다.

중국 산업생산의 33.4%, 수출의 52.2%를 차지하는 다국적 기업들은 이미 40억 달러를 투자해 600여 개의 R&D센터를 중국에 세웠다. 한국에는 다국적 기업의 R&D센터가 180개 있다.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에 교육센터를 세우거나 중국인을 본사로 불러들여 최첨단 경영기법을 전수하고 있다. 미국 모토로라사가 중국에 세운 회사에서 중국인 관리직 비율이 1994년에는 12%에 불과했지만 2000년엔 74%로 늘었다.

중국은 ‘시장과 기술을 맞바꾸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2002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중국 발전소터빈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최첨단 기술을 중국기업에 전수해주는 계약을 맺었다.

중국 정부는 2002년 “과학기술과 교육혁신을 통해 선진국으로 진입하겠다”고 선언한 뒤 두 분야에 대한 예산을 크게 늘리고 있다. 과학기술과 교육예산은 1995년부터 2000년 사이에 두 배로 늘었다. 이 기간 동안 과학기술분야 대학생은 61%, 석사는 108%, 박사는 101% 늘어났다.

▽한국의 선택은=랜드연구소는 한국 과학기술계가 해외의 유명 과학자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들을 한국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총체적인 교육혁신도 주문했다. 기존 지식의 흡수만을 강조하는 입시 시스템은 한국 기업이 필요로 하는 혁신적이며 창조적인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병기 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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